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4월 말에서 5월 초에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이 시기가 마로니에나무가 꽃이 피는 계절이어서 빈이나 잘츠브르크 거리가 온통 마로니에의 하얀 꽃들이 무더기로 핀 모습들이 거리를 더욱더 싱그럽게 만들고 있었다. 유럽에서 3대 유명한 가문을 말할 때, 프랑스의 부르봉, 이탈리아의 메디치, 오스트리아의 합스브르크 가문을 말한다고 한다. 오스트리아는 10세기 말 바벤베르크 왕가가 집권하고 13세기 때 합스브르크 왕가의 속령이 됐다. 이왕가는 절대 권력으로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전 유럽을 장악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패배로 지금의 영토로 축소된 나라다. 따라서 오스트리아 문화는 합스브르크 왕가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쇤브른 궁전을 비롯해 시가의 모든 색깔이 노란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도시 환경이 밝아 보인다. 이는 합스브르크의 왕가의 유일한 여왕인 마리아테레지아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노란색이었고 모든 건축물의 기본 색깔을 노란색으로 했다고 한다. 이를 ‘마리아테레지아 엘로우’라고 한다. 특히, 그녀는 격변하는 18세기 후반의 유럽정세에서 오스트리아 제국을 공고히 하면서 사회 모든 개혁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룬 오스트리아의 국모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고 한다. 그 영향인지 오스트리아는 물론 인접한 크로아티아도 빨간 지붕에 노란 벽과 담을 한 집들이 아름다운 정취를 풍기고 있었다.

빈 외곽 숙소에서 아침 일찍 쇈브른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을 보기위해 출발했는데 멀지도 않은 곳인데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여기도 우리나라처럼 출퇴근 시간에 교통 혼잡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덕분에 나는 소중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차가 정차하고 있는데 사거리 모퉁이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손가방을 들고서 나란히 줄을 서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보기 힘든 모습이다. 두 시간가까이 가면서 군데군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국민총생산액(GDP)은 4만 4000달러로 세계 14위다. 우리나라는 28위다. 선진국이 되는 길은 정치는 청렴해야 하고 국민은 준법과 질서를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쇤브른 궁전을 구경하고 있는 동안 많은 오스트리아 초·중·고 학생들이 현장체험 하러오는 모습을 봤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오와 열을 맞춰서 움직이고 있으며 선생님들의 큰 소리도 없었다. 그리고 햇빛이 내리 쪼이는 마당에 앉아서 선생님이 설명하는 역사의 내용을 열심히 받아쓰고 있었다. 어쩌면 그 선생님들은 조국의 혼과 자긍심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역사교육과 비교할 때,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으로 오스만 트르크 제국을 두 번 씩이나 물리친 전쟁영웅 사보이 왕가의 유젠 왕자를 위하여 합스브르크 왕가에서 선물한 벨베데레 궁전을 보러갔다. 그 궁전은 상궁과 하궁으로 나눠져있고 정원에 조각상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일이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이 그 조각상 앞에서 연필데생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그리는 그림을 보니 이는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즉, 이런 수업이 자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알찬 산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들은 빈과 짤츠브르그의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 모든 관광버스들의 주차장을 통제하여 걸어서 다니도록 하고 있었다. 그 이외에도 지켜야 할 것들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는 불편을 주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후손에게 아름다운 문화재를 물려주는 방법이다. 우리도 이제 편리보다는 후손을 위한 준비를 위해 규제를 강화할 때라고 본다.

쇤브른 궁전은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하여 바로크 양식으로 건물들을 대칭성을 중심으로 건축을 구성했다. 그리고 로코코 양식을 첨가했다. 그들은 모방을 통해 새로운 위엄을 보이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도 이제 우리 고유의 장점과 단점을 과감히 분석해서 버릴 것과 취할 것을 적극적으로 택해야만 한다. 이는 우리 스스로가 느끼면서 실천해야만 가능하다. 성숙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가 함께해야 할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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