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희 대전시 교통정책과 교통전문직/공학박사

 

‘속도’는 도로의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일반적으로 빠른 도로가 서비스 수준이 좋은 것으로 인식된다. 최근 대전 지역에서는 ‘빠른 도로’, ‘느린 도로’가 모두 회자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대전은 도로율이 특·광역시 중 최고로 높은데 승용차의 속도는 가장 낮다”는 평가로 외곽 순환도로 건설이 논의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동차가 천천히 다니는 ‘슬로우 시티’ 철학을 품은 노면 트램을 도시철도 2호선으로 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다. ‘빠른 도로’를 만든다는 것인지? ‘느린 도로’를 만든다는 것인지? 지켜보는 이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속도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주제로 미래 교통체계를 제안한다.

대전은 인프라에 비해 속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팩트 체크 결과 대전시는 7대 도시 중 도로율(30.8%)은 첫 번째, 국토계수 당 도로연장(2.29㎞)은 두 번째 이다. 7대 특·광역시의 정기 교통조사 보고서(’15년도 통계) 기준으로 대전의 승용차 속도는 23.2㎞/h이다. 도시 구조가 비슷한 대구(30.4㎞/h), 광주(29.9㎞/h)보다 낮고 통념적으로 대전보다 혼잡한 서울(25.2㎞/h), 부산(36.7㎞/h)보다도 낮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대전의 승용차 속도가 가장 낮게 보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평균속도를 산정하는 구간의 차이 때문이다. 대전시는 2002년도부터 도심 혼잡관리를 목적으로 정체가 심한 18개 간선도로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산술평균으로 속도를 산정하고 있다. 반면에 타 도시들은 속도가 높은 외곽도로, 도시고속도로를 모두 포함하여 산술평균을 한다. 둘째, 평균속도를 올려줄 빠른 도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술평균의 특성상 빠른 도로 하나만 추가되더라도 평균이 상승한다. 만일 다른 도시들처럼 외곽도로, 갑천도시고속화도로 등을 포함하여 시뮬레이션하면 대전시의 속도는 약 26㎞/h로 상승한다. 하지만 대구나 광주 수준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산술평균에 포함시킬 빠른 도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술적 계산은 고속의 순환도로가 필요하다는 지역의 여론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대전시의 도로 정책은 ‘균형’ 있게 ‘사람’을 향해야 한다. 여기서 ‘균형’은 모든 도로의 속도가 같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도로가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서 빨라야 할 도로는 빠르게, 천천히 가야할 도로는 느리게 역할대로 잘 기능한다는 의미이다. ‘사람’은 과거에는 속도에 가려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시민들의 일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하면 ‘내저외고(內低外高)’형의 속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사람들이 모여 살고 도로를 건너고 경제 활동을 하는 도심 지역은 속도를 낮춰야 한다. OECD/ITF 보고서(2016)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도심의 속도를 60㎞/h 이상으로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이는 자동차 소통 위주로 도로를 운영한 결과이다. 대전은 보행자의 도로횡단 중 사망사고가 많은 곳이므로 도심 도로 속도의 하향 조정이 계획(교통안전기본계획, 2017~2021) 되어 있다. 또한 보행자의 이동권 증진을 위해서 횡단보도 확대 설치가 계획(보행교통개선계획, 2017~2021) 되어 있다. 이외에도 트램, 자전거 도로 등 대전시의 여러 정책을 종합했을 때 도심 지역은 자동차 속도를 낮춰야 한다. 반면에 순환도로는 빨라야 한다. 순환도로는 도심의 혼잡을 외곽으로 분산시키면서 도시 주변을 빠르게 순환하는 기능을 한다. 순환도로를 이용했을 때 소요시간이 도심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소요된다면 누가 순환도로를 이용하겠는가? 5월의 봄에 울리는 필하모니(뜻: 조화를 사랑한다)의 교향곡 연주처럼 ‘빠른 도로’와 ‘느린 도로’가 ‘사람’을 바라보며 ‘균형’ 있게 연결되어서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대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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