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대전시 도시주택국장

최근 들어 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현실과 가상이 인간을 중심으로 융합함으로써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적인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은 인간사회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동시에 인간 본성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차량, 3D프린팅 등 여러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도시의 모습도 변모시킬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도시의 본질은 인구가 집적한 곳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정보통신네트워크의 중심지로 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도 도시의 겉모습이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 안에 사는 시민들과 도시를 구성하는 사물과의 관계는 물리적인 접속을 넘어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거대한 지식정보사회로 바뀐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은 경제, 사회, 비즈니스, 문화, 정주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미증유의 도시 미래가 탄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한 도시 변화는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상호보완 및 융합을 뜻하는 사이버 물리적 생태계(CPS : Cyber-Physical Systems)로 이루어진 청정 스마트 도시(Clean and Smart City)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의 진화로 인한 가장 급격하고도 대규모의 변화는 자동화, 지능화, 무인화, 무장애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교통부문에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지능화된 교통시스템은 자율주행에 따른 교통혼잡비용, 사고예방을 통한 건강비용, 효율적인 교통 공간(도로, 주차장 등) 활용에 따른 토지공간의 절감비용 등 수많은 경제적 편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교통체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통행속성도 변화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일자리의 고정성(통근의 필요성과 고용의 지속성)의 해체를 가속시켜 재택근무나 근무시간의 유연성이 확대될 것이고,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의료·교육에서의 원격화가 가능해져 물리적 이동의 필요성이 감소될 것이기 때문에 교통, 특히 기존 도로체계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한편, 제4차 산업혁명은 지속적인 도시화로 인한 토지의 부족과 제한된 공간 활용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건축과 토목기술의 발달을 통해 지하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초고층·초대형 건축물로 이루어진 3차원 압축도시의 공간구조 형성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러한 도시는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공간이 융합되어 발전하는 사이버 압축도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에너지플러스 주택기술인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의 발전은 근린주구 생활권의 자족적 에너지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태양열과 풍력 등 자연에너지 청정기술의 개발로 새로운 미래도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도시체계가 가능해져 선순환 구조의 청정도시가 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도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협력적 도시경제, 순환의 도시경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협력적 도시경제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사용자 기반의 혁신생태계로서 정책결정자와 시민들, 기업가들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도시발전과 기반시설의 투자와 운영, 그리고 일자리 창출의 도시경제계를 뜻한다. 여기에서는 도시정책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 도시계획 전반이 도시행정, 시민, 기업가의 유기적 협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도시경제체계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마누엘 카스텔(Manual Castells)이 제시한 순환의 도시경제는 인터넷 그 자체로는 결과를 산출하는 능력은 없지만, 그것에 의해 네트워크 사회, 자율의 문화를 창출하면서 도시경제 체계를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준다.

눈앞으로 다가온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과 직장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세대 간, 국가 간, 그리고 문화 간 장벽도 낮아질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도시계획가들에게 금과옥조 같았던 토지이용의 용도 구분 역시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면적이 줄어들고 환경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정이 친환경적으로 바뀌면서 도심 주변의 주거지역과 도심의 중심상업업무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공장들이 주거와 상업지역으로 틈입하고 도심 가까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도시는 과거와 달리 소비중심의 기능보다는 제4차 산업을 주도하는 지식생산의 거점으로서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다. 또한 지금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간의 역할이 구글캠퍼스와 같이 사무실에 한정되었지만, 지식산업사회에서는 도시 단위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최근에 들어 뉴욕시에 건설 중인 경제혁신거점인 코넬대 뉴욕응용과학캠퍼스나 영국 런던의 텍 시티(Tech City)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토지공간의 입체·복합이용은 물론 보헤미안 사회와 같은 자유분방하고 활력 있는 도시문화를 만들고, 직업과 직종의 융·복합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새 정부의 등장으로 대전시는 제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육성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고, 출발선에 선 우리에게 희망과 도전이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한 미래의 도시는 사람 중심의 지혜로운 도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에 의한 협력적 혁신, 사람에 대한 진지한 고찰, 새로운 기술이 아닌 지혜로운 인적 자원에의 투자, 그리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참여, 협력적 연결과 소통이 가능한 도시구조로의 변화를 담을 수 있는 도시계획 패러다임의 전환이 중요하다. 이에 발맞춰 우리시는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담고 도시계획 측면에서의 대응과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2030 대전도시기본계획’을 새롭게 정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의 특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 또한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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