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장(공학박사)

 

새 정부 시작과 함께 경제정책 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그간의 장기 저성장 고리를 뗄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와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새 정부 초기 가장 큰 이슈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청년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10조 원 일자리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일시적 성과 위주는 또 다른 적폐 요인을 만들 수 있다. 기업이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특히 고용창출 효과가 큰 건설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도시재생 뉴딜정책의 적극적인 시행도 공공사업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5년간 매년 10조 원씩, 50조 원을 쏟는 ‘도시재생 뉴딜공약’이 좋은 예다. 매년 100곳씩 모두 500곳을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로 추진하고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두며 공공재원을 적극 투자하겠다는 것은 건설업계로서도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재원 조달 방식의 다원화와 민간의 참여 폭 확대, 주거환경 개선 외에 도심 노후 인프라 투자 확대 등 보완해야 할 여지도 많다.

주택정책에 있어서 늘 대두되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과잉 공급, 지속적인 가격 상승,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대출금리 상승, 중도금 대출규제 강화 등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다. 그동안 유보해 뒀던 보유세 강화와 전월세 상한제, LTV·DTI 조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을 안정적인 주택시장 관리라는 관점에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가 처분가능소득의 15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가계부채 공약도 있다. 가계부채 과다 문제는 리스크가 크고 우리 경제 성장의 복병 요인이라는 점에서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부채 총량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중도금대출 규제’가 유효한 수단이냐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

1인 가구가 520만 명을 넘어섰다. 싱글턴 시대 주택문화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청년임대주택 공급, 저소득 신혼부부 등에 대한 서민 주거지원 같은 공약도 좋다.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주택문화의 패러다임에 맞게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산업계의 ‘적폐’ 청산도 골든타임이다. 이 중 1순위는 규제개혁이다. 7000여 건에 달하는 건설산업 규제야말로 누적된 폐단이고 기득권의 집합체다. 과도한 규제가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생산성 하락을 초래하며 부정·부패나 불법·탈법을 유발하는 폐단을 누적시켜 왔다. 새 정부가 공약한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으니 이 공약만큼은 꼭 실천해 주길 바란다.

새 정부의 국정 로드맵을 그릴 국가기획위원회가 출범을 알리면서 건설 분야 국정과제 수립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책 및 제도적 측면에서 새 틀을 짜는 작업과 기존 수행과제를 발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병행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SOC(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건설투자 일 것이다. 경기부양 효과를 떠나 축소 지향적 건설투자로는 국가안전 및 균형발전, 일자리 공약 등을 실현할 수 없다. 향후 진전이 기대되는 북한 인프라시장 진출이나 SOC 성능지수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가능한 새 방향타를 세울 시점이다. 그간 삭감하는 데만 열을 올렸던 공사비 문제도 예산 낭비는 차단하되 적폐나 다름없는 적격심사를 현실화 하고 간접비 등 공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 건설산업 분야의 적폐 청산을 위해 골든타임을 놓치면 개혁은 어려워진다. 이제 선거가 끝난 만큼 여야가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당장 시급한 경제활성화 법안부터 처리하기 위해 야당과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이것이 통합의 정치를 추진하는 것이며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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