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이 아주 오랜만에 뉴스를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경제가 좋아진 것도, 사회가 엄청나게 바뀐 것도 아닌 단지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었을 뿐인데 사회 전체가 이렇게 술렁이고 즐거워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한 적이 있었을까?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부터는 뭔가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사람들 가슴속에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내팽개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기대, 재벌과 정권이 서로 결탁하여 뇌물을 주고받으며 뒤를 봐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기대, 정치검찰이 법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기대, 공권력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기대, 국민이 국가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면 차벽으로 막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는 것 같다.

지금 국민은 문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대로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국민이 승리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그 어느 정권보다 국민들과 소통하며 원칙을 지켜가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선거기간 동안 약속한 것들을 막힘없이 단호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을 보면 분명 뭔가 바뀌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국정교과서 폐기, 단원고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화 약속, 적폐청산을 위한 4대강 정책감사 지시,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과 소통하려는 자세, 코드 인사나 보은 인사, 정략적 인사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해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용하는 것 등, 국민과의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고 소신 있게 밀고 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을 것이다. 아직까지 그 어떤 정책도 구체적으로 제대로 실현해 보지 못했다. 당장 일자리 창출 문제만 해도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이미 야당들은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앞세워 국민의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안 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강한 야당이 되겠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총리 후보자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운운하면서 문재인정부의 발목잡기를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 소신 있게 국민을 위한 길을 간다면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함께할 것이기에 성공한 정부가 될 것이지만 야당의 눈치나 보며 모종의 거래를 하는 등 소신을 꺾는 순간 실패한 정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대로만 한다면 문재인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브라질의 룰라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빈민가였다고 한다. 가서 그들과 함께 울며 그들의 아픔과 절망을 보듬어 줬다고 한다.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 원칙을 바로 세워가는 것도 참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무슨 큰 죄인이라도 된 듯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보듬는 정책이야말로 그들에게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이 될 것이다.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독소조항인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인천공항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화 약속이라는 깜짝 선물을 넘어 구체적으로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화 추진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자신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포기한 지 오래다. 선거 때만 반짝 그들을 위하는 척하는 정치에 오랫동안 속아왔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문재인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들을 잘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이 땅에서 죄인처럼 살아가는 힘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손도 잡아 주어 정말 정권이 바뀌니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노무현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사에서 말한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 마치고 다시 오겠다는 약속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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