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 외암마을 & 지중해마을 ]

 

두 개의 마을이 있다. 하나는 좀 오래된 거고 또 하나는 요즘 만들어진 이른바 ‘신상’이다. 그런데 두 마을엔 공통점이 있다. 마을 자체가 소위 잘 팔리는 문화관광 자원이라는 거다.

하나는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어서, 또 하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국적 풍경을 선사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렇다고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처럼 마을 전체가 인위적인 전시물인 건 아니다. 이곳엔 사람이 산다. 그래서 마을 공동체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있고 그래서 스토리텔링 소재가 풍부하다. 

요즘 충남 아산의 핫 플레이스(hot place)는 지중해마을(공식명칭 블루 크리스탈 빌리지, Blue Crystal Village)과 외암민속마을이다. 적어도 관광의 측면에선 그렇다. 옛 것과 요즘 것을 함께 둘러보면서 마을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1. 외암마을

외암마을은 마을 자체가 지붕 없는 민속박물관이다. 500여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가옥들이 옛 모습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을 초입, 다리를 건너는 순간 과거로의 타임 슬립이 시작된다. 조선시대에 펼쳐지는 미로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외암마을의 백미는 역시 돌담이다. 외암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힐링(healing) 포인트다. 맨질맨질한 시멘트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자연 그대로의 멋을 선사한다. 요즘 가보면 돌담을 덮은 푸른 이끼와 담쟁이넝쿨이 운치를 더한다. 이 돌담길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취화선’을 비롯해 드라마 ‘꼭지’, ‘임꺽정’ 등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옥이이모도 다녀갔다.

외암마을은 500년 세월의 마을 경관과 가옥이 잘 보전돼 있어 1988년 강원도 고성의 왕곡마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전통건조물보존지구로 지정됐고 역시 왕곡마을에 이어 2000년 1월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됐다.

#2. 지중해마을

외암마을에서 차로 20여 분 정도 떨어진 곳에 외암마을만큼 유명해진 또 하나의 마을이 있다. 탕정면에 있는 지중해마을이다. 삼성디스플레이단지 조성에 따라 토지수용이 이뤄졌는데 포도재배로 생계를 유지하던 원주민 66명이 뜻을 모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이주자 대체 부지를 마련해 조성한 거다.

외암마을과 달리 이곳은 처음부터 관광자원 인프라를 염두에 두고 마을 설계가 이뤄졌다. 유럽의 산토리니, 프로방스, 파르테논 양식을 모방한 이색적인 건축물 6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을이 조성된 지 채 2년이 안 됐는데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건물 사이사이 틈새길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조경수가 눈길을 끈다. 한글 간판만 없으면 그 자체로 딱 유럽여행 필(feel)을 선사한다.  

글=이기준 디자인=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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