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5월 4주차 브리핑>

24일과 25일 실시된 이낙연 총리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 야당 의원이 국민들로부터 쏟아진 문자폭탄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의(民意)인가 테러인가 … 문자폭탄 공방

- 이낙연 총리후보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이 다수의 시민들로부터 SMS,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항의를 받는, 이른바 ‘문자폭탄’에 시달리면서 이 행위의 옳고 그름에 대한 공방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청문회가 계속 있을 건데 문자 때문에 청문위원이 해명하는 사례가 벌어진다면 이는 의회정치에 대한 심각한 문제”라고 운을 뗀 뒤 “사실 그게 특정세력(문빠)이지 않느냐. 자칫 잘못하면 민의가 심각하게 왜곡되면서 인민독재 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여당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도 인사청문회 둘째 날인 25일 “밤새 문자폭탄 때문에 잠을 못 잤다. 욕을 하도 먹어 배가 부르다”고 괴로움을 호소했고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같은날 원내대책회의에서 “ 문자폭탄이 거의 테러 수준이었다. 이는 의회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청와대와 여당은 남의 일 보듯이 내심 즐겨선 안 된다. 설득하고 자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민독재, 민의왜곡, 테러, 의회주의 부정 등등 사용된 단어들만 봐도 이들의 심기가 얼마나 불편한지 짐작케 했다.

-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글을 통해 “국회의원들은 선거철이 오면 원하지 않는 문자폭탄을 무차별적으로 보낸다. 연말 후원금 시즌이 오면 또 문자폭탄을 보낸다. 국회의원들은 문자 보내도 되고 국민들은 국회의원에게 항의문자 보내면 안 되나? 세상이 바뀌었다, 적응들 하시길”이라고 일침을 가했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관련 이슈를 전하며 “문자 폭탄이라는 표현부터가 부적절하다. 국민들의 정치적 의식 수준이 높아져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거다.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가 자연스러워졌다. 정치인이 여기에 적응을 못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최순실 청문회 때 문자폭탄 먼저 받아본 사람으로서 조언드린다”면서 “처음에 좀 성가시긴 하지만 며칠 지나면 적응이 되더라. 그리고 요즘은 문자가 너무 없어 문자 폭탄이 그리워지기도 한다”고 문자폭탄을 국민의 관심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 그렇다면 문자폭탄을 보낸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각 진보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관련 이슈에 대한 게시글과 댓글이 쇄도하고 베스트글로 선정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국민의당이 ‘문자폭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 요청이 마땅’이라는 성명을 낸 26일 오늘의유머 사이트에선 “내 폰과 내 의지로, 내가 낸 세금을 누리고 있는 그네들에게 내 생각을 전하는 게 왜 안 되는지. (ddaok)”, “국회의원 나리들은 자신에게 쓴소리 하는 국민은 국민으로 안 보이나봐요? (막머거써)”, “일을 못해도 욕은 먹기 싫다는 거네. 욕먹기 싫으면 잘하든가, 그만둬야지, (그랑땡)”, “니들이 정치를 잘해봐라ㅋ 국민이 문자를 보내나. (단호박킴)”, “요약 - 국민XX들아 국회의원님이 하시는 일에 토달지 말고 신경도 쓰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네. 어우, 전투력 오른다 (Hitomi)”, “항의 문자 받았으면 뭐 팔린줄을 알아야지.. 나 ㅄ같이 정치하고 있소, 나 정신병자요.. 라고 아주 만방에 광고를 해라. (하얀새벽)”, “정치문화가 달라져야 된다면서 국민의 관심어린 문자에 적응못하는 구태 정치인들. (누마루)” 등등 문자폭탄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정치권을 향한 냉소의 글이 가득했다.

- 문자폭탄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촛불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일련의 사태로 흘러온 지난해 연말 한국 정치사의 위대한 변곡점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가결을 놓고 온 국민의 관심사가 집중된 상태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직접 국회의원들에게 탄핵안 가결을 압박했다는 점에서 의회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와 절충하는 새로운 정치지형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기존의 의회민주주의자들은 대의 정치의 근본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발했고, 반대로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들의 뜻에 맞게 정치권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반론이 맞섰다. 이 때 완전히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새정부 출범 후 첫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비슷한 일, 비슷한 논란이 재현된 것이 이번 논란의 배경이다.

- 문제는 이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통한 국민의 정치참여가 단발적인 사건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새로운 유형의 정치현상이라는 점이다. 과거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국민 대다수의 뜻에 반해 행동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뉴스를 장악하고 정보의 통제가 가능하던 시대에는 그나마도 문제인식을 갖는 국민들조차 적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SNS를 통해 그날 그날의 감정 표현에 익숙해진 오늘날의 국민들은 TV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엉터리 논리와 황당한 언행을 하는 것을 그냥 봐 넘기지 않는다. 전화기를 들어 해당 국회의원에게 때론 정중하게 때론 과격하게 항의한다. 이것이 촛불혁명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민주주의 1번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 국민들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데,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득권을 아쉬워한 나머지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보를 쌓으려 한다. 언제나 그랬듯 역사에서 교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변화에 뒤처진 세력들이 어떠한 종말을 맞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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