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軍에 대책마련 촉구

해군본부 소속 ‘여성 해군 대위가 스스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성폭행 혐의로 같은 부대 대령이 구속되는 등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진상조사 및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공개요구서’를 내고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주장했다. 해군본부는 이주 초 해군차원의 대책마련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4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해군 소속 여성 대위를 성폭행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군대령이 지난 26일 구속됐다. 해군본부는 지난 24일 발생한 여군 A 대위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 검찰이 해군 소속 B 대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이 발부됐다.

해군본부에 따르면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 소속 여군 A 대위는 지난 24일 오후 5시 40분경 자신의 원룸 숙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를 진행한 해군은 다음날인 25일 B 대령을 준강간 혐의로 긴급체포 해 조사를 진행했다. 해군본부 관계자는 “A 대위는 자신의 지인에게 B 대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숨지기 전 자살을 암시하는 메모도 남겼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및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공개요구서’를 냈다.

이들은 “해군 내 성폭력으로 인한 A 대위 자살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단일 사건으로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군대 내 성폭력의 원인은 군대 내의 강력한 위계적, 권위적 조직문화와 젠더화된 위계질서 때문”이라며 “그러나 군대는 성폭력의 원인을 성군기의 해이로 보고, 성폭력 통념에 기댄 행동수칙들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식으로 성폭력 ‘대책’을 마련해왔다. 성폭력을 ‘성군기’ 관점으로 바라볼 때, 성폭력 문제를 드러낼 경우 모든 관련인은 성군기를 해친 사람이 되고,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2014년 군인권센터 조사에 따르면 여성군인이 성범죄 처리과정에 대해 신뢰하지 않음과 매우 신뢰하지 않음을 더한 비율이 군검찰 85%, 군사재판 80%, 징계위원회 92%, 헌병대 92%였다. 피해자가 받는 불이익에 대한 조사에서는 집단 따돌림 35.3%, 가해자 보복 23.5%, 부대원 보복 23.5%, 피해자 전출 17.7%였다. 피해 시 대응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9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은 “문제해결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군대 내 시스템에 대한 특단의 조치 없이 수많은 ‘A 대위’들은 침묵과 좌절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국회, 국방부, 민간인권단체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해군 A 대위 사건을 수사하고 군대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기존대책 및 재판이 종결된 군대 내 성폭력 사건들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개요구서에 동의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이달 31일까지 모아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국회에 공개요구서를 내달 1일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해군본부도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조만간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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