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의료 인프라 양극화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도시개발과 인구 증가 등으로 지역 내 의료기관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 편중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도안신도시 등 신도심 확산과 맞물려 유성구와 서구에선 의료기관 개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동구와 대덕구에선 신설 정체 속에서 문을 닫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지역 간 의료 서비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28일 대전지역 5개 구 보건소와 대전시의사회 등에 따르면 대전 내 병의원 등 의료기관 수는 지난해 기준 1500여 곳이다. 병의원이 가장 많은 곳은 서구로 4월 말 기준 병원 43개와 의원 414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어 중구, 유성구, 동구, 대덕구 순인데 중구엔 400개(병원 43개·의원 357개) 유성구엔 393개(병원 19개·의원 374개), 동구엔 324개(병원 18개·의원 306개), 대덕구엔 233개(병원 23개·의원 210개)가 있다. 병의원이 가장 적은 대덕구의 의료기관 인프라는 가장 많은 서구의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개·폐원의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각 구의 개원 수를 보면 서구에선 25개 병의원(병원 4개·의원 21개)이 개원했고 유성구에서도 36개 병의원이 개원했지만 중구와 동구에선 개원이 12개(병원 1개·의원 11개)와 16개(병원 3개·의원 13개)에 머물렀다. 특히 대덕구의 경우 병원 개원은 단 한 건도 없고 의원만 5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서구·유성구와 중구·동구·대덕구의 격차가 눈에 띈다.

폐원 현황을 보면 정반대의 양상이다. 도시개발과 인구 증가가 이어지는 유성에선 문을 닫은 의료기관이 하나도 없는 반면 동구에선 4개 병의원(3개·1개), 대덕구에선 6개 의원이 문을 닫았다. 다만 폐원이 가장 많은 곳은 서구(25개, 병원 4개·의원 21개)인데 이들은 대부분 유성구로의 이전 때문으로 조사됐다.

보건소 관계자는 “지역별로 유동인구나 지역별 인구 현황, 삶의 경제적 수준 등으로 인해 의료기관 수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의료기관이 많고 적음으로 의료 서비스 수준을 판단할 순 없지만 서구와 유성구 이외의 지역에서 의료 인프라가 갈수록 줄어 양적 격차와 심화되는 패턴을 보면 지역간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안 마련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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