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붕 준 대전과학기술대 광고홍보디자인과 교수/전 대전MBC보도국장 /뉴스앵커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며 어릴 때부터의 가정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는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눈살을 찌푸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부 젊은이들은 이어폰을 양쪽 귀에 끼고 큰 소리로 통화하거나 두 사람이 대화를 하면서도 고성방가(高聲放歌) 수준이다. 말을 할 때마다 습관이 됐는지 비속어가 이어진다. 음악 소리가 이어폰 밖으로까지 나온다. 다리를 벌리고 앉은 이른바 ‘쩍벌남’은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독차지하기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방송국 분장실로 착각하는지 거울과 온갖 화장품을 다 꺼내 놓고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화장녀’도 변신을 시도한다. 보거나 말거나 자신들만의 공간인 것처럼 여자 친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혀 놓고 과도한 애정행각을 펼치는 꼴불견도 비일비재하다.

우리 선조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 수준을 넘어 혼자 있을 때도 신독(愼獨)이라고 해서 자신의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일부 노인들의 대중교통 이용 행태도 아쉽다. 젊은 층들에게 무조건 대접(?)만 바라면서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킨다. 대전지하철의 노약자석은 글자 그대로 노인과 임산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의 좌석이다. 그러나 일부 노인들은 자신들의 전용석으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 다른 일반 좌석까지도 당연히 양보를 받아야 한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나이를 앞세워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으로 나오는 노인들도 있다. 지하철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객차 문이 열리면 승객들이 내리기 전에 승객을 밀치고 객차 안으로 들어와 빈축을 사기도 한다. 줄을 서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에서도 흔히 본다. 오죽했으면 대전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질서 안내 협조문을 부착했을까? 이러니 요금을 내고 탄 승객들은 노인들의 무임승차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면서 무임승차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지 모르겠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5살 미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 7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복잡한 출퇴근 시간(07~09시/ 18~20시)과 1일 무임승차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1964년 즉, 52년전 만든 65세 노인 연령 기준을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다. 실제로 대전지하철 무임승차 이용객의 22.5%(2015 기준)가 노인들이다. 대전도시공사의 한 해 적자액 180억 중 무려 60%인 108억 원이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다. 국비지원 없이 전액 대전시민의 세금으로 메꾸고 있다. 물론 대전지하철공사의 적자는 장부상, 즉 회계상 적자일 것이다. 오늘의 어르신들은 일제 말기 광복과 건국, 6.25를 겪고 전쟁의 폐허 위에 대한민국을 건설하신 분들이지만 언제부터 노인, 젊은이 할 것 없이 ‘배려’가 실종되고 있다.

막내딸 부부가 일본 오사카에 거주해 손주도 볼 겸 자주 방문한다. ‘메이와쿠’(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가정교육은 성인, 노인이 될 때까지 매너를 지키면 모두가 편하다는 인식을 몸소 느끼게 한다. 대중교통 이용 때 낮은 목소리는 기본이다. 일본의 부모는 어릴 때부터 아이 훈육을 최우선으로, 대중 장소에서는 떠들지 말고 놀이터에서까지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고 교육한다. 또,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하지 말라는 것도 교육한다. 우리나라 일부 부모들이 어린 자식이 식당에서 떠들고 뛰어다니는 행동을 보면서도 자식의 기(氣)를 살린다고 제지하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질서와 배려교육은 실천 중심으로 꾸준히 지속되야 성인이 되어도 실행할 수 있다. 눈앞에 닥쳐오는 초고령 사회! ‘슬픈 노인의 나라’가 아니라, 어르신들과 젊은 층들이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행동으로 가정의 달을 마무리했으면 한다. 2년 후면 나 자신도 국가에서 인정하는 노인이 되지만 자식에게 좋은 바이러스만 전파해 주고 싶다. “도대체 학교 선생들은 봉급받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을 안 가르치고 뭘 하냐?”고 얘기하는 것을 어깨너머 들은 기억이 난다. 공동 사회생활 속의 배려! 모든 사람을 위한 배려의 시작과 끝도 ‘가정 교육’이 우선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조용히 하자는 ‘대중교통은 도서관입니다’라는 공익 광고 카피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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