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부여군수

 

“위대한 아테네를 위해 이 사람들은 고귀하게 싸우다 죽어갔습니다. 조국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 도시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고난을 헤쳐 나가는 것이야말로 남은 사람들의 의무입니다. 이들은 부(富)보다도 적에게 복수하길 원하고, 이것이 생명을 내던질 만큼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믿었으며, 퇴각해 생명을 보존하기보다는 대항해 싸우다가 죽기를 선택했습니다. 여러분이 깨닫기를 바라는 것은, 이들 용사가 아테네에 준 무상의 보물은 설사 시도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아테네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 마음가짐이었다는 것입니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중 페리클레스의 장례식 추도연설(‘이야기 그리스로마사’ 인용)이다.

6월은 나라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호국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지난 역사를 한 번 더 기억하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신 호국용사들과 건강한 과거를 살다간 선조들의 덕이다.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서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졌던 그들에 대한 보답은 호국정신을 계승하고 새로운 진보를 위한 동력으로 삼는 일일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고 했다. 올바른 역사관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인류의 오래된 꿈을 확인하고 그 꿈을 이어나가게 해준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다.

아테네와 우리의 호국용사들이 꿈꾸던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이었을까? 자유와 평등이 햇살처럼 흐르고, 박애가 봄바람처럼 곳곳에 스며들어 모두가 따뜻한 세상. 풍요와 희망과 행복이 공존하고, 계층 간의 이동이 활발한 세상을 소망했으리라.

나라가 없으면 민족도 없고 개인도 없다. 우리는 지금 호국용사들이 꿈에도 그리던 세상에 살고 있다. 분열과 반목, 투기와 대립, 시기와 질투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헤라클레스의 빗자루로 단호하게 쓸어내야 한다. 창과 방패로도 모자라 뼈와 살점으로까지 저항했던 선조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 용서와 관용을 통한 통합과 공존의 문화가 정착될 때, 그제야 역사의 수레바퀴는 제대로 굴러갈 것이다.

분열된 공동체는 반드시 역사 속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 대한민국 통합의 메시지가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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