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생활은 피곤해…건강 등 사회적 문제 야기

‘청춘이라 쓰고 포기라 읽는다’ 인간관계 등호 스트레스 공식을 성립하면서 ‘관태기’란 신조어가 20대의 서글픈 트렌드로 꼽히고 있다.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인 관태기는 혼술, 혼밥, 혼행 등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욜로(YOLO)의 개념이 아닌, 지침과 회의감에서 시작된 인간관계 다이어트인 셈이다.

◆1인 가구…건강 취약 계층
1인 가구가 오는 2045년 10가구 중 4가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인 거주자들의 신체·정신적 건강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6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자료를 보면 1인가구가 다인가구에 비해 만성질환, 우울의심률, 자살생각 등 건강상태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건강영양조사 1~6기까지 20대 1인 가구에 대한 주류, 흡연행태를 분석한 결과 음주와 흡연, 비만 등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비 식품순위 중 주류가 1998년 13위에서 2014년 2위로 급증했으며 혼자 식사 시 대충하거나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먹어 때우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불건강 행태인 음주와 흡연,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23조 3000억 원에 이르러 국내 총생산(GDP)의 1.6%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발원 관계자는 “사회참여율이 낮고 질병률 및 우울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소외돼 정신적인 건강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양한 프로그램 및 서비스 개발과 사회참여활동을 영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정신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집단생활=스트레스
일부 대학생들은 복잡한 관계 설정을 포기하고 혼자만의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스스로 ‘아웃사이더’ 길을 택한다. 대학생활의 로망은 일찌감치 버려둔 채 축제나 동아리, 졸업사진 촬영 및 졸업식 불참 등을 당연시 여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취업준비, 과제 등에 지쳐 인맥을 관리(늘릴)할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관태기를 겪는 이유로 꼽았다. 또 단체 활동보다 혼자 하는 활동이 편하고 좋으며, 조별과제나 동아리 등 단체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친구·지인의 SNS를 보며 자존감이 떨어져서,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해 인맥을 관리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혼자 대학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조별과제’고, 최악의 꼴불견은 ‘과제 무임승차’라며 혼자 밥먹고, 영화를 보는 것은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인을 장기불황의 단면이라고 진단한다. 또 관계를 맺고 끊는 것이 쉬운 온라인 관계에 익숙해짐에 따라 집단생활을 이어주는 사회적인 연대망은 꼭 필요하지만 온라인이 현실의 관계망을 대체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 모(29) 씨는 “코스모스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졸업사진을 찍는 자리는 물론 졸업식 역시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다. 혼자만으로 충분히 힘든 데 타인으로 인해 부가되는 스트레스까지 감당하고 싶지 않다”며 “누굴 만나도 첫 질문이 취업에 관한 것이다. 직장에 들어가면 모를까 그 전까진 혼자 지내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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