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미호동 (21구간) ... 태고적 비경 숨겨진 대자연의 향연, 가족 연인 산책코스 안성맞춤

사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정이라 불리는 친구와의 사랑, 뜨거운 연인과의 사랑, 그리고 가족 간 사랑까지. 

사랑의 무게를 잴 순 없지만 대다수는 가족 간 사랑, 특히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내리사랑이 가장 위대하고 크다는 데 동의한다. 

부모가 주는 사랑은 다른 사랑과 왜 다를까. 부모는 왜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낼까.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한다. 부모의 행동을 보고 행동을 따라한다. 즉 반영이다. 반영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큰 사랑을 만들어낸다. 

이 순간 반영은 위대한 사랑으로 가는 길잡이가 된다. 하지만 반영은 주체가 될 수 없다. 주체가 되는 순간 반영의 힘은 사라진다. 

반영은 언제든 주체를 받쳐주는 존재로 무엇을 비추는가에 따라 형태가 바뀐다. 아름다움을 머금은 반영은 아름다움을 내뱉는다. 반영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대청호에 들어선다.

 

신록의 향기 따스한 햇살 시원한 바람이 일체를 이루는 금강 ...
태고적 모습의 숨은 비경, 강물 위 반영된 짙푸른 '신록의 수채화'
시야에 담긴 모든 게 수면위로 내려앉아 조화와 균형의 미(美)를 선사한다

 

◆아름다운 반영의 힘

계절의 여왕이 물러난 자리에 더위가 찾아오지만 올해는 조금 늦다. 하지만 햇살은 더위가 머지않았다고 알린다. 아직 더위란 녀석이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짧은 기간에 신록이 찬란하게 자리를 지킨다. 

신록의 편안함과 따스한 햇살, 시원한 호수바람이 일체를 이루는 금강로하스 대청공원에서 계절의 여왕 5월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로하스(LOHAS)는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약자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뜻한다. 개인의 육체·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금강로하스 대청공원은 대청댐과 멀지 않고 드넓은 잔디광장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금강로하스 대청공원에 입장해 대청문화전시관 뒤편으로 향하면 데크길로 구성된 해피로드가 나온다. 신탄진 용정초에서 대청교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3.4㎞인 산책로다. 

해피로드에 들어서면 공원이 아닌 원시의 숲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해피로드 곳곳에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로막고 대청호에도 어떻게든 뿌리를 박고 생명을 이어나가는 나무가 대청호를 한껏 꾸민다. 

신록의 품속으로 빠진 거다. 신선한 녹색 속에선 몸은 물론 마음도 가볍다. 해피로드에 들어서 오른쪽은 대청교로 해피로드의 출발지다. 발걸음을 왼쪽으로 돌린다. 

 

천천히 걷기 시작해 고요와 평온이 찾아오면 그때서야 대청호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대청호를 어루만진 뒤 나뭇잎을 때리고 그 순간의 소리를 모두 담아 귓불을 때린다. 바람에 일렁이는 대청호 소리와 나뭇잎이 춤추는 소리가 합쳐져 달팽이관을 자극한다. 

여기에 따스한 햇살은 피부를 자극할 만하지만 신록에 가려 바삭하다. 이맘때쯤 햇살은 피하겠지만 그 바삭거림에 피부가 기분 좋게 간지럽다. 애무라도 이처럼 청각과 촉각을 자극하긴 힘들다. 

자극이 계속되면서 신체적이 아닌 정신적인 오르가슴으로 대청호와 충분한 교감을 나눈다. 대청호와의 교감 속에서 충분히 다리에 채찍질을 하면 이번엔 이름 모를 봄꽃들이 나타나 시선을 뺏겨 대청호를 두고 잠시 외도를 해본다. 

비록 이름 모를 꽃이지만 그 때문에 더 눈길이 간다. 이름 모를 꽃은 대청호로 향한 애정이 질투 났는지 한창의 봄꽃보다 더 고운 자태를 자랑하며 봄의 막바지 속 그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다. 

꽃과의 교감을 마칠 때쯤 이름 모를 꽃에 질세라 이번엔 대청호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시선을 잡는다. 버드나무의 푸름을 통해 신록을 한껏 치장했던 대청호가 이팝나무로 새하얀 화장을 통해 수수함이란 매력을 던진다.

대청호와 이름 모를 꽃이 한창 매력을 두고 다투는 사이 대청호를 반영하는 위대한 사랑이 나타난다. 바다 같은 하늘과 솜사탕 같은 구름, 그리고 신록을 담은 대청호에 도착한다. 

이곳에선 대청호는 물론 이를 질투하던 이름 모를 꽃도 언제 샘을 냈냐는 듯 사랑으로 함께 반영속에서 어우러진다. 

시야에 담긴 모든 게 반영되면서 균형 이룬 아름다움에 흠뻑 취한다. 새 한 마리가 물결에 앉아 아름다움은 불협화음이 되지만 이내 찾아올 고요와 평온을 기다린다.

 

용정초~대청교 총연장 3.4km 산책로
울창한 원시림 닮은 대자연의 향연
강물에 반영된 신록은 한폭의 수채화

 

◆ 나무 한 그루를 기준으로 펼쳐지는 하늘과 땅의 불균형한 반영

고요와 평온을 한껏 즐기고 충분히 힘을 받은 발걸음에 채찍질을 가해 왔던 길을 돌아온다. 대청호에만 집중됐던 시야가 반대에 서니 청명한 하늘로 꽂힌다. 

대청호에 집중하느라 보지 못했던 소소한 즐길 거리가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어느 때보다 부풀어 오른 구름과 대청호 반대편의 나무에 시선을 고정한다. 

 

하늘의 파랑과 나무의 초록, 그리고 구름의 하양까지. 화려한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이 몸을 편안케 한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시골처녀 같지만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대청호의 하늘은 매력 그 자체다.

소박하고 담백한 아름다움과 매력에 취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조그만 대나무 숲과 기와 정자가 나온다. 

이곳엔 아직 봄의 기운이 처음부터 오지 않았는지 군락을 이룬 대나무들이 아직 어리다. 대나무는 잎을 산들산들 흔들며 두 볼을 때리지만 여린 여성의 작은 손길처럼 부드럽다. 

기와 정자에 앉으면 또다시 하나의 화음이 귀를 즐겁게 한다. 바람이 대청호를 어루만진 뒤 나뭇잎을 때리고 여기에 대나무 숲까지 지나 귀에 도착한다. 출렁이는 물결, 바삭한 나뭇잎, 강한 대나무 숲 소리가 어우러진다. 기와 정자에서 한껏 한량놀이에 빠져본다.

기와 정자와 대나무 숲을 뒤로하고 다시 소박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에 취하다 보면 또 다른 반영이 나타난다. 대청호를 통한 반영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더 아름답다. 

잔디광장의 큰 나무를 중심으로 하늘과 땅이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있는 그대로의 반영은 아니지만 하늘은 땅을, 땅은 하늘을 서로 비추며 불균형한 반영을 만들어낸다. 

반영의 틈 사이에 뛰어들어 불균형의 반영을 헤집는다. 불균형 속 반영은 충분히 헤적여도 아름다움은 잠시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가 엄마 젖을 찾는 본능처럼 더욱 품에 달려들게 한다. 

빽빽한 신록 사이를 관통하는 햇살로 불균형한 반영은 눈부셔진다. 눈부심을 피하고자 그 자리에 털썩 앉아 균형적인 반영과 불균형적인 반영의 아름다움에 눈을 감는다. 영원히 기억하고자.

 

총평★★★★☆

금강로하스 대청공원은 누구나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모두 갖췄다. 아이가 뛰놀 수 있는 넓은 잔디광장과 산책을 통해 연인 간 교감할 수 있는 해피로드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만물을 담아낸 대청호는 누가 봐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곳곳에 벤치는 물론 친절한 이정표도 있고 암석식물원 등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생태계 보전도 잘 돼 있어 고라니와 왜가리 등 도시에서 보기 힘든 동물도 볼 수 있다. 다만 해피로드의 데크길은 계속된 보수로 인해 예민한 사람은 듣기 싫을 정도로 삐걱거린다. 내달 1일부턴 일부 시설이 유료로 전환되는 점은 꼭 알아두자.

글=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사진=노승환·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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