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확산에 AI 악재 겹쳐 매출 반토막…"오너의 잘못 때문에 우리만 문닫을판" 분통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혐의와 맞물려 불매운동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애꿎은 가맹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직원 A 씨는 지난 5일 고소를 취하했지만 이미 불매운동은 걷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양상이다.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은 전국 1000여 곳에 분포돼 있으며 대전에는 30여 곳이 있다. 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지난해 15개 치킨 브랜드의 가맹본부 일반 현황 및 가맹사업 관련 정보 등을 담은 프랜차이즈 비교 정보에 따르면 대전 내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은 연 평균 매출 약 4억 원을 달성하며 비비큐(BBQ), 페리카나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연 평균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가맹점 매출은 절반으로 뚝 떨어지며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폐점의 위기에 놓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 중구의 한 가맹점주는 “사건이 보도된 날부터 매출이 절반 이상 급격하게 줄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문을 닫아야할 지도 모르겠다”며 “문제를 일으킨 오너의 잘못을 왜 관련 없는 가맹점주가 피해를 봐야하는지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페이스북 등 SNS에선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가맹점주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회장의 일탈적인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죄 없는 가맹점주만 불쌍하다”며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매출 하락에는 또 다른 악재도 작용했다. 지난 2일 제주에서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가 고병원성으로 밝혀지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AI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로 인해 닭고기 가격 상승 등으로 가맹점주는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미스터피자 폭행 사건이나 땅콩회항 등 기업 오너의 불미스러운 일로 애먼 사람이 피해를 본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록 고소가 취하됐더라도 오너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가맹점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매번 터지는 오너들의 일탈 행동에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상받을 법적 제도도 없어 가맹점주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