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대전중구문학회 회장

 

김우영 대전중구문학회 회장

“이게 무슨 축제람? 저 도시에서 하던 그 내용 그대로 이 곳에서도 하네?”

“저것 봐? 똑같은 포장마차와 노래자랑이랍시고 흔들어대는 꼴을 보라구!”

위의 대화는 인근 축제장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이다. 이 뜻은 우리에게 의미깊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늘 축제장을 가보면 주변에 몰린 포장마차의 먹거리 일색, 노래자랑과 무대 주변에서 멋대로 흔드는 춤꾼이 있다. 이 외에도 판에 박은듯한 프로그램과 불법 주·정차와 바가지 상혼, 흥청망청 무질서 등은 우리가 그간 보아온 축제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축제(祝祭)는 어떤 집단이 축하해야 할 즐거운 여흥을 갖는 것을 말한다. 제전(祭典)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페스티벌(Festival)이다. 본래 축제는 우리나라에 정착하기까진 국권침탈기 진해벚꽃축제 등을 개최하며 들여온 마쯔리(まつり, 일본 3대 축제, 칸다마쯔리·기온마쯔리·텐진마쯔리)에서 확산됐다고 전한다.

예전의 축제는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서 어떤 날을 기념하고 축하를 위해 베푸는 집단적인 잔치마당 또는 한마당이었다. 근래에는 ‘축전’이란 말로 순화해 축하행사를 하는 지방이 늘고 있다. ‘축제’라는 말은 일본어 마쯔리에서 파생됐는데 국립국어원 한글 표준어 규정에서는 어원에서 가까워진 형태로 굳어져 널리 쓰이는 말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제도가 정착하면서 전국 광역단체와 기초지자체가 앞다퉈 각종 축제를 유치·개최하고 있다. 축제를 개최하면 관람객이 몰려와 그 지방 브랜드 홍보는 물론 지역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제=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축제는 그 지방의 역사와 문화, 환경 등을 품격높게 조합한 내용이어야 한다. 즉 지방마다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야 축제가 성공해 돈으로 연결된다. 축제가 성공하려면 근시안적 상업성을 배제하고 지역의 전통성과 역사성에 기초해 철학과 품격높은 특성화로 절묘하게 구성돼야 한다.

성공적인 세계 명품축제는 오랫동안 그 명성을 유지하며 개최되고 있다. 매년 3월이면 4일 동안 밤낮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몸을 흔들어대는 정열의 브라질 ‘리우 삼바축제’가 있다. 또 따사로운 가을 햇볕아래 3000여 명이 한꺼번에 거리 천막술집에서 마시는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가 있다.

또 동남아 일대 인종 전시장을 연상하게 하는 태국 전통의 ‘치앙마이 대형축제’, 도로 위에 막 뿌려진 토마토로 온 몸을 샤워하듯 수만 명의 젊은이들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스페인 ‘부뇰 토마토 축제’ 등은 전 세계 젊은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참가하고 싶은 축제다. 가까운 일본 ‘삿포로 눈꽃 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면서 일본을 세계로 알리는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명품축제는 있다. 전국적으로 매년 1000여 개의 축제가 지방별로 열리고 있다. 국제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수도 서울의 ‘하이 페스티벌 축제’와 청계천 주위의 ‘서울 연등축제’, 전북 무주의 ‘반딧불 축제’,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축제’ 전주와 부산의 ‘국제영화제’ 등이 그 예다. 그리고 충청권의 ‘세계금산인삼엑스포 축제’, 백제 유민의 전통적인 수공예작품 ‘한산모시축제’, 시원한 서해바다를 끼고 펼쳐지는 ‘보령 머드축제’가 있다.

대전에도 명품축제가 있다. 매년 서대전시민광장에서 열리는 ‘한밭문화제’ ‘오월드 튤립 축제’를 비롯해 산하 5개 지자체에서 각종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유성구의 ‘예스 5월 눈꽃축제’, 대덕구의 ‘동춘당 문화제’, 서구의 ‘갑천 수상뮤지컬’, 동구의 ‘대전역 0시 축제’, 중구의 ‘대전효문화뿌리 축제’ 등이다.

이 가운데 중구 박용갑 구청장이 매년 9월 전력을 기울여 야심만만하게 프로젝트를 구상 중인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단연코 돋보인다. 다른 축제는 자연환경과 물리적 요소를 소재로 축제를 열지만 뿌리축제는 효(孝)의 인본사상(人本思想)을 소재로 인간중심·인간사랑을 위한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 축제이기에 분명 명품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래서 저 유명한 조선의 승문원(承文院) 학자 박세무(朴世茂)는 우리 인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천지지간 만물지중 유인최고(天地之間 萬物之衆唯人最高). 하늘과 땅 사이에 살아있는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귀하도다.”

또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쾌활하고 기분좋은 삶, 창조적 유희의 즐거움’을 디오니소스의 이름으로 축제를 찬미하고 있다. ‘축제’를 그리스어로 직역하면 ‘신에 대한 사랑의 증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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