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경찰에 ‘수사권 조정에 앞서 인권 개선을 먼저 하라’고 주문한 가운데 경찰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경찰은 집회 시위 대응이 전보다 유연해졌고 지역경찰도 ‘현장경찰 인권진단’을 나섰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자충격기 사용논란이 불거지는 등 경찰의 인권 개선 노력이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는 수사권 독립을 하고자 하는 경찰에 대해 그 전제 조건으로 ‘인권 경찰’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치행정분과는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진행된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국정기획위 측은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인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의 반성과 성찰, 경찰의 권한 분산과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또 다른 권력기관화·조직 비대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의 불식, 인권경찰로 거듭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찰의 대처는 한층 유연해진 모습이 엿보인다. 한 예로 금속노조는 지난 7일 오후부터 청와대에서 300m 떨어진 거리에서 노숙 농성용 텐트를 기습 설치했지만 경찰은 강력 제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대처가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선결조건으로 강조한 ‘인권경찰’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경찰의 ‘경찰 인권 개선’ 기류 속에 지역경찰 역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둔산경찰서가 시행한 ‘현장경찰 인권진단’은 현장 경찰관들의 인권침해 요소에 대해 선제적 발굴을 한다는 측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전자충격기 사용에 관한 논란은 ‘인권경찰’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30일 새벽 대전에서는 술에 취해 실랑이를 벌이고 공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시민에 대해 경찰이 전자충격기를 사용해 제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잉진압이라고 주장하는 시민과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는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전자충격기를 사용한 전후과정은 지역사회에서 인권경찰의 척도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대전경찰은 전자충격기 사용 및 관리지침에 근거해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 자’이기 때문에 장구를 사용했고 ‘과잉진압을 주장하는 시민이 경찰조사 과정에서 배치기 등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 부분을 일부 인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동안 지역 경찰이 전자충격기의 사용을 최소화해 ‘흉기나 위험한 물건으로 경찰이나 타인의 위해 우려를 가할 우려가 있는 자’등에 사용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최근의 잇따른 전자충격기 논란은 인권경찰 기류와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1∼15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가 매년 1만 3000~1만 5000명에 달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 자’에게 전자충격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모호한 지침은 ‘인권경찰’을 저해할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기에 경찰과 시민의 생명에 직접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특수공무집행방해사범과 강력범이나 특수공무집행방해사범에 준하는 사범에 대해 전자충격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

한 일선 경찰은 “용의자가 쇠파이프 등 위험한 물건을 드는 경우나 강력범을 제외하고는 전자충격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신고사건의 경우 2인 1조로 출동하고, 또 지원도 바로 이뤄지니 일부 강력사건을 제외하고는 (전자 충격기 없이도) 제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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