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인간의 삶과 희로애락의 자리에 늘 함께하고 있다. 또한 술은 먹기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음식이다. 이처럼 술은 인간의 동반자라 할 수 있다. 술 이야기를 해 보겠다.

▲ ‘탈무드’에 술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탈무드에 보면, 인간이 최초로 포도씨앗을 땅에 심고 있을 때 악마가 와서 양, 사자, 돼지, 원숭이를 죽여서 그 피를 거름으로 쏟아 부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포도주인데 처음 마실 때는 양처럼 온순해지다가 좀 더 마시면 사자처럼 난폭해지고 더 마시게 되면 돼지처럼 지저분하게 되다가 지나치게 너무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래서 술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술을 너무 지나치게 마시지 말라는 경계의 뜻이 담겨 있다 하겠다.

▲ 술은 인간 생활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옛날부터 술은 신령한 음식이라 하여 제사와 같은 신성한 의식에는 반드시 술이 필수적 제수(祭需)가 되고 있다. 사기(史記)에는 ‘하늘에 제사 지낼 때 술이 아니면 흠향하지 않는다.(非酒不享)’ 하였다. 술은 사람사이의 막힌 감정을 풀어주는 촉매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싸우고 나서 화해할 때 술은 화해주(和解酒)가 된다. 사기(史記)에는 벗과 벗 사이에는 술이 아니면 의리가 두터워지지 않음이요.(非酒不義) 술이 아니면 화해를 권하지 못함이라.(非酒不勸)했다. 이처럼 술은 신(神)과 가교 역할을 하는 가교주(架橋酒)요.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윤활주라 하겠다.

▲ 술맛에도 계급이 있다. 옛 사람들은 벼슬에 구품(九品)의 계급이 있듯이 술맛에도 구품의 계급이 있다 하였다. 임금이나 손위 어른 앞에서 엎드려 마시는 부복술(俯伏酒)이 제일 맛없는 9품주요. 공석에 돌려가며 마시는 회음주(回飮酒)가 8품주며, 제사나 잔칫집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시는 예주(禮酒)가 7품주요. 주점에서 여럿이 마시는 술이 6품주요. 자기집에서 술 마시는 술이 5품주요. 자기 집이나 친구 집 사랑에서 대작하며 마시는 술이 4품주요. 혼자 마시는 술이 3품주요. 좋은 경치를 찾아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는 술이 2품주요. 좋은 경치를 찾아 시조를 읊으며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는 1품주라 하였다.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나 노래 풍류를 읊으며 마시는 문주위연주(文酒爲宴酒)가 최고의 술이 아니겠는가. ‘문주위연주’에 흥취를 더 할 수 있는 글을 소개 하겠다. ‘부생(浮生)이 꿈이여늘 공명(功名)이 아랑곳가 현우귀천(賢愚貴賤)도 죽은 후면 다 한 가지 아마도 살아 한 잔 술이 즐거운가 하노라.’(김천택) ‘둘이서 잔 드는 사이 소리 없이 산꽃이 피어 한잔. 한잔. 들자 거니 다시 한잔 먹자거니 난 취한 채 자고프니 그대는 돌아가도 좋소. 내일 아침 생각이 있으면 부디 거문고 안고 오시게’（이백)

▲ 술은 약간 취할 때 멋이 있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약간 취할 만큼 마시면 이 가운데 아름다운 멋이 있나니(花看半開 酒飮微醉 此中大有佳趣)’라고 하였다. 술을 마심에 있어서 첫잔은 갈증을 풀기 위해 마시고 둘째 잔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서 마시고, 셋째 잔은 유쾌하기 위해서 마시고, 넷째 잔은 발광하기 위해 마신다 하였다. 그러므로 술은 적당히 마셨을 때 그 멋이 우러나오고 약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술을 절제하지 못해 술잔에 빠져 죽은 사람이 바다에 빠져 죽는 사람보다 많다고 하지 않는가.

▲ 술 주(酒)자에 술을 절제하며 마시는 지혜가 담겨 있다. 술 주(酒)자를 파자해보면, 술은 유시(酉時)이후에 닭(酉)이 물(?)을 쪼아 마시듯이 천천히 마시라는 것이다. 술은 1가지 술로 1차만 9시 전까지 마시는 119음주법을 권하겠다..

▲ 그렇다. 우리는 이 세상에 와서 단술 먹고 웃는 소리, 쓴 술 먹고 우는 소리하다가 감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