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중구청장

 

우리는 편리함과 비용절감을 핑계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에 유해물질이 함유돼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 충격적인 뉴스를 종종 접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치약·세안제에 사용된 독성물질, 베이비 파우더에서의 석면 검출 등을 꼽을 수 있다.

더욱이 요즘 국민들에게 불안감과 불편을 주고 있는 미세먼지의 주범이 화석연료로 알려지면서 경제성보다는 환경과 안전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인간에게 편리함과 경제성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들이 오히려 인간에게 환경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1971년부터 농촌주택 지붕개량 사업이 시작돼 초가지붕이 시멘트와 석면으로 만든 슬레이트지붕으로 바뀌면서 보급된 석면 슬레이트는 당시에 마을에서 돼지를 잡으면 불을 피워놓고 석면 슬레이트 위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다반사였다. 석면에 대한 위험성을 모르던 시절에 벌어진 일이 지금은 씁쓸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고기를 구워먹던 석면 슬레이트는 시멘트가 85~90%에 석면이 10~15% 함유된 건축자재로 내마모성, 단열성 등이 우수하여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초가지붕 개량용으로 집중 보급됐으나 호흡을 통해 석면가루를 마시면 폐암이나 진폐의 일종인 석면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밝혀져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석면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되면서 2009년부터 국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석면은 죽음의 먼지라고 할 만큼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무서운 물질이다. 가난을 상징하던 초가지붕을 없애기 위해 환경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던 슬레이트를 보급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풍화와 부식 등 노후화가 진행된 석면 슬레이트 지붕에서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이 흩날려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고 사람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고 슬레이트 철거와 처리비 과다로 건물 소유자의 자발적 처리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 2011년 4월 정부는 석면안전관리법을 제정해 석면 철거 및 처리에 드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국비를 지원받아 주택 슬레이트 지붕 철거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중구는 지난 2012년부터 슬레이트 처리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약 3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슬레이트 주택 207개동을 철거했다. 가구당 지원비는 최대 336만 원까지 지원되지만 다행히 중구는 큰 규모의 슬레이트 주택이 없어서 대부분 자부담 없이 전액 지원금으로 철거가 가능했다.

올해 역시 약 1억 100만 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약 70개동을 철거할 계획에 있으며 특히 사업을 신속 집행해 내수경기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인 경제효과에 기여함은 물론 신청자들이 원하는 일정에 철거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사업으로 진행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목표로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다만, 본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아쉬운 것은 아직도 대전의 구도심지역인 중구에는 주택 슬레이트 지붕이 1500여 개가 남아 있지만 현재의 철거 속도로는 주택 슬레이트 철거 완료에만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 슬레이트 지붕 철거사업이 2021년 이후로는 국비가 지원되지 않아 재정 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만으로는 본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슬레이트 지붕 건물은 전국적으로 줄잡아 140만여 채라고 한다. 오는 2021년까지 정부 지원 사업이 차질 없이 끝난다고 해도 여전히 백만 채 이상이 남게 되는 것이다.

슬레이트 처리 지원 사업은 국민의 건강과 연관된 사업인 만큼 정부에서는 이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사업기간과 지원예산을 대폭 늘려 빠른 시간 안에 국민 건강에 해를 주는 슬레이트 지붕이 전량 철거되길 바란다.

국민들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고 아울러 더 나은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박용갑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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