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추진, 시군·의회 즉각 중단 촉구

광역의회가 일선 기초단체 행정사무를 감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충남도의회 조례안이 공무원들의 반발과 함께 의회 간 첨예한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이른바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안 일부개정안’을 두고 공무원노조는 지방자치제 근간을 무너뜨리는 비민주적인 조례로 규정했고, 기초의회 의장들은 한발 더 나아가 자치권 침해는 물론 기초단체장과 공무원 길들이기를 위한 포석이라며 십자포화를 날렸다.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 소속 기초의회 의장 10여 명은 13일 오후 충남도의회를 항의방문해 윤석우 의장 및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김종문 운영위원장과 면담했다.

이들은 잠시 웃는 얼굴로 안부인사를 건넸지만 이내 분위기는 굳어졌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기성 청양군의회 의장은 이 자리에서 “도의회가 지방시군을 감사하겠다는 것은 곧 지방의회 영역을 침범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조례안이 만약 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기초의회도 도비매칭사업과 도의원 선심성 사업비 등을 삭감하는 것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우종재 서산시의회 의장도 “광역의회와 지방의회가 할 일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광역의회의 기초단체 감사에 대해 지방자치법과 그 시행령이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만큼 법과 시행령이 정비된 뒤에 조례 제정을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대해 윤석우 의장은 “시군의회의 독립성을 침범하고자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국·도비가 제대로 사용됐는지, 관행적인 부분에서 잘못은 없는지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종문 운영위원장이 “기초의회의 권한과 책무가 있듯 광역의회도 마찬가지다. 법이 부여한 권한과 책무를 다하고자 조례를 개정했고 조례가 통과되면 올해부터 감사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냉각됐고 기초의장들은 “도의회 감사나 잘 하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초의원들은 도의회 조례안에 대한 반대성명서 채택 등 향후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전국공무원노조 세종충남지역본부 등으로 이뤄진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조례 개정반대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결의대회를 열고 “시군 집행부가 감사원, 충남도, 자체감사, 의회감사 등 사안마다 수차례에 걸쳐 이중삼중의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도의회까지 감사를 한다면 중복감사에 따른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며 조례개정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 1일 도의회 운영위원회 1차 회의에서 원안가결돼 16일 제4차 본회의 최종의결을 앞두고 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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