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경기를 가늠하는 음식·숙박업 성장이 2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는 가운데 업계 대출액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사업자는 장사가 안돼 상환능력이 못 되고 실업난 영향과 더불어 청년은 음식·숙박업 창업의 길로 유입되면서 산업대출 잔액은 늘어만 가는 형국이다.

13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음식·숙박업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보다 1.6%로 줄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풍파를 겪었던 2015년 2분기(-1.9%)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경기가 가라앉아 있다 보니 음식·숙박업 사업자가 갚아야 할 빚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산업대출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음식·숙박업의 대출 잔액은 46조 7945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45조 8012억 원)보다 9933억 원(2.2%) 늘었다. 산업대출은 기업과 병원, 공공기관 등이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으로 대부분 경영자금이다.

대출의 질도 나빠졌다. 음식·숙박업 대출금에서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12조 485억 원으로 석 달 사이 6358억 원(5.6%) 늘었다. 증가 규모가 1분기 예금은행 대출 증가액(3473억 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예금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음식·숙박업 산업대출 증가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내수침체 장기화로 인한 기존 사업자의 대출상환능력 저하와 지속된 실업난 속 청년층 음식·숙박업 창업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대전 유성구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저조한 매출이 지속되면서 폐업을 고민 중이다. 그는 “대출받은 3000만 원과 퇴직금을 합해 가게를 시작했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출이 늘지 않아 죽을 맛”이라며 “대출이자 갚기도 빠듯한데 원금상환은 생각도 못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반면 청년창업가 심 모(29) 씨는 대학가 주변에 고깃집을 새로 오픈했다. 그는 “고기집 개점을 위해 지인과 동업하면서 은행에서 2000만 원을 대출 받았다”고 말했다.

식당보다 비교적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어 인기가 있던 숙박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미 모텔부터 펜션단지까지 시장포화상태를 나타내고 있고 업소의 대형화로 인해 소규모 운영되던 업소들은 폐업위기에 놓인 게 그 이유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은 대출의 총 규모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 그 심각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당장의 생존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출에 손을 내민 영세 외식업체들이 시중은행의 대출심사 강화로 높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신 금리는 훨씬 높지만 심사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제2, 제3금융권으로 몰리며 고위험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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