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을 (주)한국커리어잡스 본부장·행정학 박사(사회복지학 전공)

공기업의 임원으로 1년 전에 퇴직한 H 씨(59세)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공기업! 그것도 임원까지 했으니 직장생활을 할 때는 사회적으로도 성공했다. 가정 내에서도 가장으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큰소리치며 살았다.

그런데 퇴직 후 1년이 지난 지금 예전의 명성에 걸맞은 새로운 직장은 없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직장에 가자니 남의 눈을 의식해서 재취업을 하지 못한다. 가정에서도 퇴직으로 경제적 지위 및 가장의 역할이 상실되어 부인과 자녀들에게 당당하지 못하여 생활습관 같은 사소한 문제들에 부딪치고, 가족 간의 대화에도 서툴러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면서 대화단절, 갈등과 마찰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로 인해 스스로 화가 나고 심지어는 우울 증세까지 나타나곤 한다. H 씨와 같이 직장생활의 은퇴는 경제적·사회적 역할 상실로 고독감이나 우울감의 증대, 자존감의 하락 등 정서적 문제가 노년기로 갈수록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SBS스페셜 무언가족”의 사례를 보면 가족을 위해 청춘을 바쳐, 허리 휘어지게 일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 냉대, 비난뿐이라고 50~60대의 아버지들은 이야기한다. 그런 가장의 말과 행동 때문에 오히려 상처 입었다고 말하는 가족들은 패인 상처의 골이 깊을 대로 깊어져 와해의 지경에 이른다. 사실 이 내용은 과장되지만 요즘의 직장에 퇴직한 베이비붐세대의 가정생활의 단면을 보여주지 않나 생각한다.

소통이 단절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외면하는 아내와 자식들은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사에 의하면 아버지들은 ‘자녀와 대화에 문제가 없다’는 응답이 97%인데, 반대로 자녀들의 96%는 ‘아버지와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100세 시대! 부부가 직장생활을 은퇴하고 빈 둥지의 단순한 가정생활에 서로 마주보며 노후를 길게 보내야 한다.

그런데 베이비붐세대의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노후 원만한 부부관계의 지속에 회의적 태도를 가진 비율이 2배로 높고, 노후 부양에 있어 여성은 사회적 기대를, 남성은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으며, 여가생활도 배우자와 함께하는 것을 기피하는 여성이 높았고, 여성이 노후 부부갈등 또한 훨씬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한국가정법률상담소, 2010). 가족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노년기 부모와 성인기 자녀 간의 애정, 의사소통, 부양가족, 가치관의 일치 등 가족관계 질이 높을 때 노인의 생활만족도가 높다고 했다.(김연, 2001)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