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한국 vs 카타르] '동네북 전락' 슈틸리케호, 공격도 수비도 '더는 나빠질 수 없다'

아시아 무대를 호령했던 한국 축구가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공격의 예봉은 꺾였고, 수비 조직력은 숭숭 구멍이 뚫렸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은 이제 잿빛으로 변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치러진 카타르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2-3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참사'를 당했다.

전날 이란이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이날 카타르를 꺾었다면 한결 쉬워졌을 뻔한 본선행의 기회를 태극전사들은 스스로 날렸다.

더구나 최종예선에서 원정 무승의 징크스를 이번에도 깨지 못하면서 한국 축구는 '아시아의 동네북'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한 번 더 믿어달라"고 호소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읍소는 결국 공염불로 끝났고, 한국은 이제 남은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모두 이겨야만 자력으로 본선행을 바라보는 절박한 신세가 됐다.

무기력한 경기의 연속이었다.

지난 8일 이라크 평가전에서 '난데없는' 스리백 전술에 '유효슈팅 제로'라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던 슈틸리케호는 이날 4-1-4-1 전술의 공격적인 포메이션으로 카타르를 상대했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공격적으로 나선 카타르의 공세에 한국의 포백 라인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한국은 전반 24분 중앙 수비수 곽태휘(서울)의 실수로 역습을 당한 상황에서 최철순(전북)이 반칙으로 공격을 차단하려 했으나 프리킥 한 방에 먼저 실점했다.

프리킥을 앞두고 한국은 두텁게 수비벽을 쌓았지만, 상대의 슈팅을 넋 놓고 바라봤다.

후반 6분 내준 두 번째 실점 역시 측면 수비가 무너지면서 속절없이 당했다. 카타르의 빠른 측면 공격을 한국 수비수들은 따라가지 못했다.

카타르전을 앞두고 조기소집까지 강행하며 수비 조직력 강화에 나섰던 슈틸리케호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연속 실점을 할 때까지 보여준 한국의 공격력 역시 낙제점을 넘어 수준 이하였다.

전반 30분께 공중볼을 다투다 착지 과정에서 손목을 다친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조기 교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경기 내내 이어진 공격진의 패스미스와 결정력 떨어지는 슈팅은 카타르를 압박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외쳤던 '점유율 축구' 역시 전반에 47%에 그쳐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가 됐다. 그나마 전반에 유효슈팅이 3개였지만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나마 한국은 후반 중반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추격골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의 동점골로 기적을 꿈꾸는 듯했지만, 다시 허술한 수비가 실점하며 무너졌다.

후반 30분 카타르의 하산 알하이도스에게 내준 결승골 역시 수비수들의 잘못된 위치 선정이 불씨가 됐다.

최전방에 포진한 알 하이도스을 곽태휘가 제대로 마크하지 못해 패스가 연결됐고, 결국 패배를 부르는 결승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이번 경기에 앞서 카타르를 상대로 5승2무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1패는 지난 1984년 12월 아시안컵에서 당한 0-1 패배였다.

한국은 카타르에 33년 만에 패하는 쓰라린 아픔은 물론 역대 카타르 상대 A매치에서 2골 이상 내준 적이 없었지만 3실점하며 역대 최다 실점의 굴욕을 당했다.

'러시아행 티켓' 확보의 가능성이 점점 좁아지는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이제 한국 축구는 결단을 고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