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나는 자연인이다'

어린 남매를 데리고 거리에 나앉을 수 없어서 산을 택한 남자! 그는 말한다. 절망의 순간을 자연의 품에서 보낼 수 있던 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말이다. 다시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지금의 산중생활과는 바꾸지 않겠다는 자연인 박홍렬(56세)씨의 이야기다.

해발 1,000미터의 봉우리가 첩첩이 둘러싸인 곳에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집 한 채가 있다. 집 짓는 기술을 배운 적이 없던 그가 주변의 흙과 나무와 재활용 자재로 예쁜 집을 짓고, 앞마당에 하트 모양의 캠프파이어용 화덕을 만들고, 방을 훈훈하게 데워줄 아기자기한 벽난로를 세웠다. 그리고 과거에 농사 경험이 없던 그가 발효액 거름으로 무공해 작물을 키워내고, 자연에 나는 갖가지 것들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이어왔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건 그가 아빠이기 때문이었다.

젊은 시절 운영하던 가게의 하루 매출은 1,000만원! 뿐만 아니라 재테크로 사 모았던 땅 값은 부동산 시장 호황기를 맞으면서 급등했다. 그가 하는 일마다 소위 대박이 났고 이른 나이에 결혼해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렸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이 시작됐다. 한국 IMF 외환위기 때 그의 사업이 어려워졌고 무리해서 유지해보려다가 전 재산을 잃은 것이다. 설상가상, 단란했던 가정은 깊어지는 갈등으로 깨지고 말았다. 빈털터리가 되어 6살, 4살 남매를 혼자 키우게 된 그는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찾아서 유일하게 지켜낸 땅이었던 이곳으로 향했다.

남매가 좋아할 모습으로 폐가를 보수했다. 산길을 한참 걸어야하는 등굣길에 아침이슬 닿아 옷 젖을까봐 풀을 베어 길을 내주고, 염소와 닭의 이름을 함께 지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밝아지고 그는 덩달아 행복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절망의 상황에서 도시가 아닌 자연의 품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남매가 커가면서 교육문제 때문에 도시로 나갔지만 6년간의 산중생활을 늘 그리워했던 그는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인생 처음으로 맛보았던 자유와 여유, 그때의 행복을 다시 느끼며 살고 있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는 좌절의 시간 속에서 오히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연인 박홍렬 씨의 이야기는 6월 14일 오후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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