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숙인이 1만명이라구요?)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노숙인 실태조사를 토대로 노숙인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2016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완료함에 따라 정부는 최근 이에 대한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실태조사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노숙인 현황에 대한 행정통계를 취합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차원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조사로 지난 2012년 시행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복지법)에서 5년마다 노숙인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노숙인복지법은 실태조사 등을 토대로 정부가 5년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돼 있다.)

실태조사의 내용을 보면 노숙인의 실제 규모와 거주지, 거주형태, 성별 및 나이, 가족단위 노숙여부 등 전반적인 노숙인 현황을 비롯해 장애나 질병, 경제활동, 국가나 지자체·공공기관·민간으로부터 받고 있거나 받고 싶은 사회복지서비스 등에 대한 심층 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복지부는 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노숙인 복지정책의 성과 및 파악하는 한편 노숙인들의 재활 및 자립 기반 조성을 통한 건전한 사회복귀와 복지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이번 실태조사가 노숙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맞춤형 지원 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우리 사회에서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잠재적 범죄자며, 사회적 낙오자로 낙인찍혔던 노숙인도 국가와 사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어엿한 한 일원으로 인정되는 길이 열릴 것 같은 기대를 가져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출발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의하면 그동안 우리나라 노숙인 수는 지난 2012년 1만 2391명에서 2013년 1만 2656명, 2014년 1만 2347명, 2015년 1만 1901명, 지난해 1만 645명 등으로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꾸준히 1만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우리 사회에 노숙인이 1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노숙인 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나 노숙인 지원활동을 하는 현장 활동가들은 우리나라 노숙인의 규모를 약 30만~50만 명 정도라고 말한다. 복지부의 발표와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규모가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가 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노숙인복지법에 의하면 노숙인이라 함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을,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노숙인 자활, 재활, 요양시설 생활자이다. 하지만 주거로서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이 조항이 늘 애매모호해 전국노숙인시설협회에서는 양승조보건복지상임위원장을 통해 주거로서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을 쪽방,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노숙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복지부가 발표하는 노숙인은 거리 노숙인과 노숙인시설 생활자만을 계수하고 있는 것이다. 법률에 규정된 주거로서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조항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 이러니 노숙인 규모가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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