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가계소득을 높이면 소비가 늘어나고 늘어난 소비는 기업의 이익과 투자를 증가시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수요창출을 통해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으로 ‘임금주도 성장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주목받게 된 것은 우리경제의 구조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민소득이 낮고 부존자원이 적었던 경제개발 초기에는 오로지 수출만이 살 길이었다. 생산을 받쳐줄 내수가 부족해 해외수요를 개척하는 데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압축 성장을 달성했다. 1953년에 69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소득은 최근 3만 달러를 넘보게 됐다. 이렇게 내수의 규모는 계속 커지는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세계교역 신장률은 떨어지고 있어 이제는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게 됐다. 실제로 경제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 둔화세를 이어가더니 최근 들어서는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수출만으로 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셈이다.

그뿐 아니라 산업의 IT화가 진전되면서 대기업 주도의 성장이 노동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고용 창출을 동반하는 성장패러다임 전환이 주요한 화두가 됐다. 물론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비슷한 경로를 경험한 바 있다. 이처럼 ‘소득주도 성장론’은 우리경제의 여건 변화에 부합하고 향후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득주도 성장론’은 저절로 성공할 수는 없다. 마치 우리 몸에 동맥경화 현상이 발생하였는데 장기 하나 치료했다고 건강해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우리경제의 큰 줄기를 이해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론’ 그 자체만을 볼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효율성 증진 및 지속성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소득의 원천은 생산이기 때문에 생산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잘 알다시피 우리 경제는 인구고령화, 저성장, 저출산의 늪에 빠져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이러한 생산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소득주도 성장은 근로자의 임금 상승이 핵심인데 임금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용의 유연성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다만 고용의 유연성 강화는 근로자 지위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으므로 직업을 잃더라도 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복지제도가 수반돼야 한다. 덴마크의 경우 실업급여 등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바탕으로 고용의 유연성을 높여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했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안정돼야 한다. 아무리 임금을 높이더라도 그보다 더 빨리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물거품이 된다. 자산이 작은 근로자들은 상승한 자산을 구입하거나 임대하기 위해 더욱 많은 저축을 해야 하므로 국민 전체의 평균적인 한계소비성향을 극대화해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 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기본적으로 부(富)의 쏠림 현상을 방지해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소득을 높여줄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득 양극화를 완화시켜야 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비정규직은 기업의 훈련이나 인적자본 축적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우리경제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도 근로의욕을 낮춰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 외에도 공정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진 등을 들 수 있겠으나 아무쪼록 소득주도 성장론이 제대로 시행돼 우리경제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창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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