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희 대전시 교통건설국 버스정책과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통해 유명해진 이 말은, 우리에게는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말로 더 익숙하다.

우리가 오늘 아침에도 무심결에 스마트폰으로 도착시간을 확인하고 집을 나서 교통카드로 결제를 하고, 무료로 한두 번 환승을 해서 타고 온 시내버스도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래 전에 다니던 시내버스는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이용하는 편리함과는 거리가 있었고,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2005년 시작된 준공영제란 변곡점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써 가고 있다.

2004년 이전에는, 승용차는 늘어나고 이용객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료비와 인건비가 갈수록 증가하여 운영비용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경영 악화의 위기에 놓였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고자 2005년 준공영제가 비로소 태동하였고, 시의 재정지원으로 업체는 경영 안정을 꾀하고 운수종사자의 직업이 안정되면서 시내버스 운영은 비교적 안정화되었다. 또한 교통카드의 도입, 무료환승제도의 시행으로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한 시내버스로 거듭나긴 했으나, 증차 등 인프라 확대가 없다 보니 여전히 노선 및 배차간격 불편 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려던 것일까. 2007년에는 준공영제 도입 후 유일했던 운수종사자 파업으로 격동의 시기를 맞이한다. 11일에 걸친 파업으로 시민의 혈세를 퍼주는 것 아니냐, 업체는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 아니냐는 준공영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때마침 도시철도 1호선도 완전 개통함에 따라 상당 부분 이용객이 유출되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이한다. 이에 시는 대대적인 시내버스 개혁을 단행하기로 하고, 56년 만에 노선 전면 개편을 시행하는 것은 물론 책임경영제, 표준연비제 실시, 성과이윤 확대 등 재정 절감을 위한 경영 개선에도 박차를 가했다.

격동의 파고가 좀 잦아든 것일까. 2009년 들어서는 점차 정착의 시기로 들어선다. 전면적인 노선 개편 후 저상버스 및 CNG 버스 도입, 유개승강장 설치,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이용객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출근시간대 집중배차제, 중간지점 통과시간표, 수요 맞춤형 노선 조정 등으로 증차가 없이도 운영 효율화를 통해 배차간격을 단축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또한 표준운송원가도 비록 인건비의 상승으로 지속 증가하고는 있으나 연료비, 관리비는 소비자물가 인상률보다 적게 상승하는 등 타 도시에 비해 가장 낮은 운송원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하루아침이 아닌 4363일의 준공영제 역사를 통해 준공영제 이전에 비해 배차간격은 총 3분가량을 단축했고, 버스전용차로의 길이는 3배로 늘어났으며, 유개승강장 설치는 70% 이상으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또한 도착정보시스템도 3배로 늘렸고,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CNG버스도 100% 도입하였다. 아울러 교통사고는 40% 이상 감소하였고, 그간 열악했던 운수종사자의 복지 여건도 근무일수 감소, 급여의 증가 등으로 크게 향상되었다.

이렇듯 정착기에 들어와 있는 준공영제가 이제는 완성기로 가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시민의 갈증을 채워 줄만큼 서비스가 완벽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고치고 가다듬어야 할 과제들이 여전하다. 그뿐만 아니라 세종시의 팽창과 트램도 진행 중에 있어 광역교통망에 대한 대비, 새로운 교통수단과의 조화, 그에 따른 노선 조정 등 지금의 문제 외에도 큰 틀에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어쩌면 지금은 준공영제가 완성기가 아닌 도약기로 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때문에 지금도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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