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감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자 일선 시·군의 반발이 거세다. 도의회는 16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도의회가 일선 시·군에 대해 행정사무감사를 부활하는 내용의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시·군의회와 시·군, 공무원 노조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도의회는 조례개정의 이유로 지방자치법상에는 지자체가 위임받아 처리하는 시·도 사무에 대해 직접 감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반면 같은 법 시행령에선 감사 대상기관으로 지자체에 위임위탁된 사무는 제외한다고 돼 있어 이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미 행정자치부에 관련법령 해석을 요청한 결과 광역의회가 시·군·자치구에 위임한 사무에 대해 감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선 시·군과 의회, 공무원노조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 13일 도의회를 항의 방문해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조례안이 통과된다면 기초의회도 도비 매칭사업과 도의원 선심성 사업비 등을 삭감하겠다”고 맞섰다. 충남시장·군수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도의회가 일선 시·군의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권한을 갖겠다는 것은 직위를 이용한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공무원 노조의 저항도 거세다. 전국공무원노조 세종·충남본부 등으로 이뤄진 조례개정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가뜩이나 수차례에 걸쳐 이중삼중의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도의회까지 감사를 한다면 중복감사에 따른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며 조례개정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도의회가 16일 개정조례안을 처리하는 본회의장에 전공노 회원들이 방청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자칫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우리는 충남도의회가 이처럼 일선 시·군과 공무원들의 반발이 심한 가운데 조례개정을 꼭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도의회는 지난 2014년 9월 기존의 조례에서 시·군 행정사무감사 조항을 폐지한 바 있다. 시·군의회의 감사와 도의회 감사 등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려 업무공백과 민원서비스 질 저하 등 부정적 측면이 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3년 가까이 지난 지금 다시 시·군 행정사무감사를 부활하겠다고 나선 저의가 의심스럽다. 일선 시·군의 반발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고 이를 무릅쓰고 강행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를 일이다. 광역의회가 기초단체에 대해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는 곳은 전국에서 한 곳도 없다. 충남도의회가 이 조례안의 개정을 꼭 추진하려 한다면 사전에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 해 보인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