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일제고사는 평가를 통한 학교 줄세우기와 학교 간 등수 경쟁 등 각종 폐단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일제고사로 학생들의 성적과 자신만의 잣대로 사용하게 한다면 좋은 측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학교 순위와 비교대상을 밝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 A 씨는 “중학교는 굳이 일제고사를 통해 기초학력 미달자를 파악할 이유가 없다. 교사들이 누구보다 학생들을 잘 아는데 학교 순위를 공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사 B 씨는 “일제고사 폐지는 대환영이다. 학교 줄세우기가 없어지게 됐고, 선생님과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라며 “일제고사는 가장 쓸모없는 시험 중 하나”라고 일침했다.

입시 스트레스가 많은 고등학교 교사들도 일제고사 폐지에 환영 일색의 의견을 표했다.

고등학교 교사 C 씨는 “학교를 평가해 낮은 순위를 받게 되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는데 지원은커녕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식이었다”며 “일제고사 폐지는 환영할 만한 일로 일부 학생만 대상으로 한 표집 방식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 교사 D 씨는 “일제고사의 근본적인 폐단을 잘 알고 있어 이번 폐지 조치는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형식적으로 치르는 일제고사에 대해 반대하고 있던 선생님들이 많아 대부분 환영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제고사 평가가 대학 입학에 참고자료로 사용되고 있어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등학교 교사 E 씨는 “일제고사를 통해 고등학교를 평가하면 대학들은 순위를 파악해 참고자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대전만 해도 변두리 학교는 둔산권의 학교보다 순위가 떨어지는데 대학 입학에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교 명예를 위해 교사들이 비양심적으로 하기도 한다. 성적이 다소 떨어지는 운동부 학생들은 시험을 보지 않게 한다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일제고사 표집 방식에 대해 전교조 대전지부는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뒤늦게나마 문재인정부와 교육부가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기울인데 대해 환영한다”며 “차별과 경쟁이 아닌, 협력과 나눔을 중시하는 과정 중심 교육과정이 제 자리를 잡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입장을 표했다.

대전시교육청은 20일 지역 전체 중3·고2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제고사에 중학교와 고교 각 8개교씩 16개교 등 표집학교만 시험을 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시험 응시 여부에 자율화를 내걸고 있어 나머지 학교들은 참여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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