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이슈-공공공사 투명한 생태계 조성 시급

지난 십수 년간 건설업계는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SOC(사회간접자본) 등 공공부문 건설투자가 위축되면서 건설업체들은 수주난을 겪고 있고 전반적으로 수익성 악화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의 공사원가 산정 및 입찰시스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건설경기 후퇴 국면

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설수주는 최근 2년간 주택경기 호황으로 증가(2016년 기준 164조 9000억 원)했지만 올해 들어선 하반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올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3.6% 감소한 127조 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정부의 SOC 투자 축소와 주택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건설경기 역시 향후 2∼3년간 후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수주영역인 공공시장 규모도 올해 전년 대비 4.4% 감소한 41조 원으로 예상돼 리스크 대처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전체 종합건설업체 1만 1220곳을 대상으로 조사(2015년 실적신고 기준)한 결과 계약실적이 전혀 없는 업체가 1300여 곳(12%)에 달했고 수주액 1억 원 미만도 954곳(9%)이었다.

◆건설업 경영여건 한계 봉착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기업의 경영여건은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건설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15년 0.6%로 10년 전(2005년) 5.9%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제조업(5.1%, 한국은행)과 비교하면 9분의 1 수준이다. 건설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10년까지 5%대를 이어오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공공사를 수주하는 업체의 경우 공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공공매출액 비중이 100%인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3년(1%) 한 해를 제외하곤 최근 10년간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 -11.2%, 2007년 -16.3%, 2009년 -18%, 2012년 -2.1%, 2014년 -6.8%, 2015년 -2.1% 등 적자 폭은 조금씩 줄고 있지만 누적된 적자로 인한 경영난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또 공공공사만 수주하는 업체 중 적자인 업체 수 비율은 2010년 이후 6년 연속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건설업체의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하도급·자재·장비업자의 경영 악화와 건설근로자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표준시장단가 탄력 적용

건설업계는 공공공사 수주 업체의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공사원가에도 못 미치는 공사비 책정 문제를 꼽는다. 우선 건설업계는 표준시장단가 적용에 따른 공사비 부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사비 산정체계와 관련해 그간 실적공사비 제도의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2015년 표준시장단가 제도가 도입됐는데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표준시장단가는 실적공사비 제도의 단가 하락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15년 3월 도입됐다. 도입 후 2년간(2015년 상반기∼2017년 상반기) 평균 9.5%의 단가 상승(2014년 하반기 대비)이 이뤄지긴 했지만 실적공사비 제도 운영 10년간(2004∼2014년) 단가가 36.5%나 하락한 수준이었다는 함정이 있다. 표준시장단가 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의 공사비 산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표준시장단가 수중은 실제 시공단가 대비 88.8% 수준에 불과하고 품셈단가와 비교해도 82.4% 수준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계산이다. 100억∼300억 원 미만 적격심사대상 공사의 경우 표준시장단가가 적용되면 공사비기 획일적으로 4% 삭감되는 결과가 나온다. 300억 원 이상 종합심사낙찰제 공사의 경우 99.7% 미만으로 투찰이 금지된 반면 적격심사 공사는 낙찰율이 80%로 정해져 있어 표준시장단가 적용 공종에 대해 더 낮은 금액으로 투찰을 할 수밖에 없다. 적격심사공사에 주로 의존하는 중소건설업체는 대형업체보다 표준시장단가 적용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당한 공사비 산정…이의신청 불가능

발주자의 자의적인 품셈기준 축소 적용 등으로 건설사가 기공원가 조차 보전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예정가격 산정 이전에 설계가격이 임의(예산 부족 또는 예산 절감)로 삭감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실질 낙찰률을 낮추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한토목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 단계(100%)에서 출발해 몇 단계를 거쳐 발주기관 최종검토 단계에 오면 사업비는 평균 86.53%까지 떨어진다. 설계내역서상 단가나 노무비를 낮추거나 표준품셈의 인력투입량, 경비 등을 삭감하고 일반관리비와 이윤까지 삭감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부당하게 산정된 공사를 낙찰받은 건설사들은 부정당업자 지정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공사를 수행하는 문제도 남는다. 현행 국가계약법상 이의신청제도 규정에 ‘입찰공고에 명시된 기초금액 산정’ 사안에 대한 내용이 없어 공사비 부당 삭감에 대한 이의신청 자체가 차단돼 있다. 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데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손해다.

◆적격심사낙찰제 하한율 17년째 고정

중소건설업체가 주로 수주하는 300억 원 미만 적격심사낙찰제 대상 공사의 낙찰률은 과거 표준품셈으로 공사원가를 산정하던 당시의 기준으로 설정된 것으로 낙찰률(공사규모별로 80∼87.745%)은 2000년 이후 17년간 고정된 반면 표준품셈은 하향 조정돼 건설사는 원가 상승에 따른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또 입찰가격평가 만점기준(예정가격의 88%, 일반관리비·이윤을 제외한 순공사비)은 1995년 적격심사제 도입 당시 만들어진 것인데 20년이 더 지난 현재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 비현실적이란 주장이 나온다.

최저가낙찰제를 대체해 도입(2016년 1월)된 종합심사낙찰제(300억 원 이상)의 경우 낙찰률 상승효과가 있긴 했지만 건설업계 수익성 개선엔 큰 도움이 못 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보다 나아졌을 뿐 여전히 적정 공사비엔 못 미친다고 건설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또 저가 입찰을 유도하는 인위적 장치들로 인해낙찰률이 낮게 형성되고 시간 경과에 따른 학습효과로 낙찰률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조달청 평균 낙찰률은 제도 도입 초기인 지난해 1분기 81.38%에서 계속 낮아져 지난해 4분기엔 79.21%까지 내려앉았다.

턴키·기술제안 등 기술입찰형공사의 경우 적정 수준에 못 미치는 공사비로 인해 최근 유찰이 급증(2012년 6.8%, 2015년 52%)하고 유찰에 따른 수의계약 가격기준 마저 종심제 낙찰률 기준으로 규정해 수익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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