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원 충남도청 환경녹지국 물관리정책과 상하수도팀장

가뭄이 깊어지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이시기쯤에는 도랑이나 논가 수로에 물이 벙벙히 있어야 할 텐데 산속에도 들녘에도 물이 말라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상전망은 6월은 예년보다 비가 덜 오겠고, 7~8월에는 예년과 비슷하거나 적게 온다는 분석이다. 산중턱 갓 발아한 어린 소나무는 뿌리가 깊지 않아 말라죽어가고 있다. 비단 농업이나 산림용수뿐만 가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충남서부권 8개 시·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은 마를 대로 말라 저수율이 9.4% 매일 최저치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비상용수 공급용으로 만들어 놓은 금강-보령댐 간 도수로에 의해 하루 11.5만 톤을 보충하고 있어서 지금처럼 비가 오지 않아도 7월 말까지는 생활용수를 정상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이 도수로는 지난 2015년 104년 만에 찾아온 가뭄 극복을 위해서는 주민이 제한급수를 하거나 관정을 수십 수백 개를 개발한다 해도 위기를 넘길 수 없으니 수계를 넘어서라도 수원 확보 사업이 절실하다는 충남도의 건의를 받아 국가물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서 625억 원을 투자토록 결정(2015.9.24)돼서 국토부(K-water)가 단 100일 만에 완성한 시설이다.

모든 행정절차는 재난응급조치로 적용을 받아 최단기간에 이행하고,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돌관공사로 진행하여 2016년 1월 말까지 공급시설을 완료한 것이다. 2월 15일부터 도수로에 의한 금강 물이 보령댐에 공급되면서 주민에게 내려졌던 20% 제한급수도 동시에 해제되었다.

그 후 작년은 장마철에 약간의 비가 와서 큰 가뭄이 없었는데 올해 들어 봄 가뭄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비가 오지 않고 있고, 언제 온다는 소식조차 없다. 되돌아보면 가뭄이 4년간 이어지고 있는 재난상황으로 판단된다. 근래에 세계적으로 가뭄이 심했던 호주 동남부 머레이강 유역과 미국 켈리포니아의 사례를 보더라도 가뭄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10여 년간 지속되는 것을 볼 때 우리 지역의 가뭄현상이 심히 우려되어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도수되는 금강 물은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기준 2급수를 COD(화학적산소요구량) 기준 1급수인 보령댐 에 유입하게 되어 보령댐의 수질과 수생태계 나쁜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건설 당시부터 이에 대해 많은 논의와 검토 결과 수질개선을 위해 5단계 수처리가 이루어지도록 시설하였다.

조류차단- DAFF- 폭기- 제올라이트- 식생매트를 거쳐 부여 반교천 약 8㎞를 흘러 보령댐에 유입되면 K-water는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추가하여 우리 가정에 수도꼭지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수돗물이 공급된다.

보령댐 도수로의 건설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도수로 건설 후 약 1개월 가동하고 금년 3월 25일 이전까지 가동하지 않는 동안 나는 충남도의 상하수도 관련 국비확보 과정에서 중앙 관계부처의 공무원들로부터 많은 문제제기와 저항을 받았다. 이유인즉 보령댐 용수확보를 위해 625억 원을 투자 했는데 또 다른 물 확보 관련 사업은 중복투자라는 주장으로 국비 지원에 반대를 해온 것이다.

도수로는 비상시설이고, 수질은 우리가 개선하고 정수하면 먹는 물로 변한다. 도수로를 금년 3월 25일부터 매일 풀가동중임에도 보령댐의 물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충남 서부권에 아니 한반도에도 호주나 캘리포니아에 있었던 장기간의 가뭄이 찾아올 수도 있음을 우리 모두 고찰하고 미래를 대비해할 시기이다.

충남도청 환경녹지국 물관리정책과 상하수도팀장 홍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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