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복합터미널 신축과 주변 개발이 사업주체의 무책임과 행정기관의 무능함이 합작품을 연출해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단 하루라도 빨리 안정하고 쾌적한 터미널을 이용하고 싶은 시민들의 열망이 분노로 돌변했다. 이미 미숙한 행정처리로 송사에 휘말려 시간을 지체했던 사업이 또다시 발목을 잡혔으니 시민들의 분노 표출은 당연하다.

유성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은 하루 평균 4000명이 이용하는 대전의 대표적 관문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1만 명 가까운 시민이 이용하는 이들 터미널은 공간협소와 시설낙후로 불안과 불편이 상존하는 곳이다. 직접 이용해보면 그 불안과 불편이 얼마나 큰지 온몸으로 느낀다. 오랜 세월 시민들은 불안과 불편을 감내하면서 넓고 쾌적한 터미널의 완공을 기다렸다.

이런 상황에서 터미널 신축 사업 주체인 롯데건설컨소시엄은 참여사 간의 내부 불협과 이탈 등으로 정상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시행처인 대전도시공사는 입찰계약 무효를 공식 발표했다. 그 동안 더딘 행정절차와 미숙한 일처리에 따른 사업진척 지연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를 향해 참았던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물론 컨소시엄 탈퇴를 선언한 KB증권이 무책임과 참여사의 리더 역할을 못한 롯데건설의 무능함에서 우선적으로 사태 발생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부터 말썽을 몰고 다닌 데다 이후 일 처리를 지지부진하게 이끈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의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기관이 불편함을 묵묵히 참고 기다려온 시민들에게 뭐라 변명을 할지 궁금하다.

컨소시엄 참여사들은 그동안 대전을 비롯한 충청지역에서 각종 사업에 참여해 엄청난 이익을 챙긴 회사들이다. 이들은 지가상승과 금리인상 등으로 당초 계획수립 단계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는 판단을 하고 발을 빼는 파렴치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전 시민들도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회사들이 일정기간 대전지역에서 어떤 형태로도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하는 일부터 시작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들의 얄팍한 장난질에 응징해야 한다. 아무리 수익만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라지만 이토록 신의가 없는 회사에게 다른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

대전시와 도시공사는 유성복합터미널 신축공사가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무능함만으로도 시민들에게 용서받기 어려운 상황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더 이상의 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더 이상 인내와 고통을 강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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