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도내 15개 시군 행정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도록 명문화한 개정조례안을 최종 가결했다. 당장 올 연말부터 기초단체 감사가 가능해졌다.

단체장·공무원 길들이기와 중복감사 우려를 제기해온 공무원노조는 조례 개정 중단을 촉구하며 ‘삭발 투쟁’으로 반발수위를 끌어올렸다.

◆“위임사무 감사받아야”

도의회 김종문 의원(운영위원장)이 대표발의한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지난 16일 제296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8명에 찬성 21명,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통과됐다.

본회의 가결로 도의회 메시지는 더 명확해졌다. 한 해 일선 시군에 지원되는 국비와 도비 등 예산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는 만큼 감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도내 기초단체에 위임된 사무는 위임조례 427건, 위임규칙 255건으로 모두 682건이다.

김 의원은 “지방자치 분권시대 시군은 많은 권한을 위임받아 그에 따른 책임도 막중하다”며 “행정사무감사는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투명·공정한 행정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시군 감사는 5대의회(1995년)부터 9대(2013년)까지 실시하다 10대부터는 현장감사를 중단하고 도 집행부 자료요구를 통한 감사로 전환한 것”이라며 감사 부활 논란을 일축한 뒤 “11월경 감사 대상지, 기간, 방법 등을 결정하기 전 공무원노조나 기초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김 의원은 부연했다.

◆“효력정지가처분신청도 불사”

이날 오전 도의회 표결에 앞서 조례개정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도의회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전국공무원노조 세종충남본부 이문행 본부장과 백영광 사무처장은 삭발로 조례반대 투쟁의 결의를 드러냈다.

이 본부장은 “도의원들이 감사를 빌미로 시군에서 대접을 받고 싶은 모양인데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태”라며 “조례가 가결된다면 기초단체, 의회, 공무원노조와 합심해 행정감사 무력화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대책위는 또 조례개정의 위법성을 제기하며 ‘효력정지가처분신청’ 제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격화하는 갈등…“도 감사하겠다”

이번 조례안에 대해 일선 시군과 기초의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여군의회는 조례 개정안 중단촉구 성명서를 냈고 이경영 의장은 “도의원 사업비 전액 삭감은 물론 도의원 사무감사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홍성군의회 이상근 의원은 “도의회가 감사를 강행한다면 시군이 징수해서 올려주는 도세를 충남도가 잘 쓰고 있는지 기초의회가 협의체를 구성해 도를 감사하는 게 맞다”고 맞불을 놨다.

하지만 표면적인 갈등양상과 달리 도의회 감사 반대를 위한 동력 확보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쟁의 전면에 나선 것 역시 이번 조례로 당장 감사대상이 된 기초단체가 아니라 공무원노조와 의회인 상황이다.

지역 한 기초의회 관계자는 “각 지역 의회에서 회기 중인 곳이 많아 곧 모임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기초단체장별로 내년 재선을 노릴 지 여부에 따라 반발의 강도가 다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