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등 영·유아들이 국립중앙과학관 등 단체관람시설을 자주 찾고 있으나 미세먼지를 피할 자리가 없어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과학관이나 박물관 등의 체험을 통해 폭넓은 현장학습이 강조되고 있지만 관련 시설들이 미세먼지나 오존, 자외선 등 환경변화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의 대전지역 미세먼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의보는 7번 발령이 됐으나 올해는 벌써 주의보가 8번에 경보가 2번이나 발령됐다. 그동안에는 미세먼지가 겨울과 봄철에 주로 발생했지만 해가 갈수록 계절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찾아들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도 미세먼지 발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전지역 단체관람시설들은 미세먼지 대책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영·유아나 어린이들이 단체로 많이 찾고 있는 시설조차도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미세먼지 등 환경변화에 대한 대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간식을 먹을 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체험학습을 포기하거나 비좁은 차량 안에서 해결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연간 120만~130만 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는 대전의 대표 교육·전시·관광명소로 꼽히는 국립중앙과학관의 경우 아이들이 미세먼지를 피해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하기만 하다. 40~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매점과 사이언스홀, 천체관 로비 등이 있지만 많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인근의 화폐박물관의 경우는 더 열악하다. 날씨가 화창할 때는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간식 등을 먹을 수 있지만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경우 단체로 실내에서 식사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나 미세먼지를 피할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마땅한 장소물색과 함께 건축비 등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시설운영자들이 이런 시설들이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안이한 인식 속에 관련 예산이 뒷전으로 밀리다 보니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나 자외선 발생 등 우리나라의 기후와 환경여건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제는 어린 영·유아들에게 체험학습을 시키려면 미세먼지 등이 없는 화창한 날씨를 택하라고 주문하고 뒷짐만 지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의 교육과 건강이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계속 후순위로 미뤄둘 사안이 아니다. 관련 당국은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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