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난다는 본보 보도 이후 시민들의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극심한 가뭄으로 애끓는 농심을 아랑곳하지 않은 탓도 크다. 그러나 더 감정을 자극 하는 것은 시의원들의 수준 낮은 갑(甲)의 관행이다.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분하고 있다.

시민들 질타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독자들의 권유에 따라 이번 외유성 해외연수일정과 관련한 내용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았다.

행정복지위(위원장 김복렬)는 내달 2일 대만을 시작으로 홍콩과 마카오 등 3개국이다. 첫날인 2일은 대만에 도착해 여장을 푼 뒤 국립고궁박물관을 견학한다.

3일은 대만의 성별평등위원회와 여성센터를 방문. 위원장과 센터장을 만나 양성평등에 대한 학습을 계획하고 있다. 4일은 오전에 시장을 접견하고 오후 홍콩으로 이동해 국립역사박물관을 관람한다.

5일은 홍콩민주기념관을 관람하고 마카오로 이동한다. 연수 5일째인 6일은 마카오여성회장을 만나는 것으로 돼있다. 7일은 마카오에서 다시홍콩으로 돌아와 홍콩여성회장을 만난다.

연수 마지막 날인 8일은 세계에서 가장 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체험하는 것을 끝으로 일정표가 짜있다.

의회는 대만과 홍콩, 마카오 등 3개국의 양성평등 추진을 위한 법조문을 비교·분석, 여성권위 신장활동 등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의회일정을 보면 외유성연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좋게 봐줘서 둘째 날인 3일, 하루이틀정도를 제외하면 관광으로 일정표가 짜있다.

홍콩은 관광산업의 벤치마킹은 이해되나 여성평등 선진나라는 아니다. 마카오는 카지노와 호텔 등 유흥문화가 발달된 나라다.

호텔문화와 ‘수중쇼’는 세계최고의 볼거리다. 카지노의 경우 딜러대부분 여성이다. 여성 활동이 비교적 큰 것은 다름 아닌 ‘여성상품화’다. 카지노를 찾는 ‘겜블러’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이다.

시의회가 명분으로 내세운 양성평등 벤치마킹 수준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민들이 화가 나는 이유는 시민혈세를 낭비하는 것도 있지만 수준이하의 ‘품격’에서다.

산업건설위의 인도방문역시 이해불가다. 명분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건설, 세종시 특성에 맞는 관광도시기반확대 아이디어창출 등 취지를 밝히고 있다. 특히 IT 기업의 성장요인 및 발전과정 학습을 하겠다는 것이다.

본지 지면상 인도 연수와 관한 불합리 지적은 다음기회로 미루자. 다만 인도를 시장 개척단’의 일행(취재)으로 다녀온바 있는 기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세종시는 8만의 구(舊) 연기군에서 27만의 특별자치시시로 성장하고 있다.

가장 젊은 도시, 정부청사 등 엘리트집단이 대거 이주해 신도시의 진보적 사고(思考)를 바탕으로 수도시민의 자긍심을 품고 있다.

반면 의회는 이 같은 시민들의 성숙을 따라오지 못한 채 구태에 머물러 한 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고 의정을 펴고 있다는 것이 시민들의 여론이다.

세종시민들은 민선2기 출범 2년차에 들어서 의회파행 등 반목과 암투 등이 끊이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의정의 일탈을 지켜보았다.

특히 지난해 의회 의장직 권한을 놓고 빅딜과 회유, 압박 등 이른바 ‘패거리 정치’로 땅에 떨어진 세종시 위상도 목격하고 암울해 했다.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갑의 입장에 선 까닭이다. 시의원들의 ‘물갈이’론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세종= 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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