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주재기자

 

명분 없는 전쟁은 그 자체로 실패한 전쟁이다.

민심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공의 적이 되기 십상이다. 공주시의회가 목하 전쟁 중이다. 무려 12개월째. 그것도 명분 없이 말이다. 이름 해 ‘밥그릇 전쟁’.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참상 그 자체다.

싸움의 명분이 적어도 감투와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서, 상대방의 하는 짓이 하도 얄미워서는 아니라고 본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세력이 없기 우리밖에 없기 때문에 끝까지 자리를 고수해야 한다면. 자신이 속한 조직만이 선(善)이라는 자아도취가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네 편과 내 편밖에 없는 편협한 흑백논리가 안타깝긴 하지만.

아무튼 견제와 감시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면, 정의(正義)에 입각해야만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민주주의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지지와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법원조차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꼬집어 의장단 선거에 대해 무효를 선언했다. 검찰까지 항소포기를 선언한 마당이다. 당시의 상황이 바뀔 수 없다는 측면에서 어떤 법의 잣대로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또 다른 법의 심판을 구하며 임시의장체제를 끝까지 고집하겠다는 자세는 몽니에 불과하다.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책임회피식의 태도 또한 어른스럽지 못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의회사무국 직원들에게 떠넘기려는 태도와 행정사무감사로 본때를 보이겠다는 분풀이식의 정치로는 감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종 부리 듯 할 땐 언제고 책임만 지라니 이런 불상사가. 동네북도 아니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느라 그야말로 죽을 맛인 그들에게 상은 못줄망정. 서투른 목수가 연장만 탓하는 격으로, 다분히 감정적이고 졸렬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정의가 없는데 승리가 무슨 소용인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꾸짖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누가 그 말을 따르고, 우러러 보겠는가. 최근 행감장을 비롯한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너는 법에 승복해야 하고, 나는 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잣대 또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한쪽은 ‘공주시의회 회의규칙’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한쪽은 공주시의회 회의규칙을 위반했지만 승복하지 않고 버티기 중이다. 같은 규칙을 놓고도 입장과 태도를 달리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엊그제 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발언을 놓고 벌인 설전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재차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했지만 회의규칙 제33조에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반면, 회의규칙 제8조 2항을 위반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한쪽은 법원의 의장단 선거 무효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같은 규칙을 놓고 태도를 달리하는 것은 결국 자가당착이다. 법치의 부정이자, 민주정치의 부정이다.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 봐라’는 식의 보상심리와 복수심 차원에서의 접근 또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일방에 의한 의장단 보궐선거 움직임이 그 예다. 더 이상의 파행을 막고 땅에 떨어진 의회 위상을 추스르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똑같은 싸움꾼이 되려는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밀어붙이기는 한번으로 족하다. 모든 공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그들에게 넘어갔다.

군자(君子) 화이부동(和而不同), 소인(小人) 동이불화(同而不和)라 했다.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야말로 오늘 공주시의회가 되새겨야할 구절이다. 정쟁을 중단하고 대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치의 길로 나서야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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