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 왜곡이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정신질환자들의 강력 범죄에 두려움을 느끼는 탓이다.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의 한 가운데엔 지난달 30일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 논란이 자리잡고 있다.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20여 년 만에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조항을 까다롭게 규정했다. 본인 의사에 반하는 강제입원을 막고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개정된 법은 2주 이상 강제입원을 유지하려면 보호자 2명의 동의와 전문의 1명의 진단 외에도 다른 의료기관에 속한 전문의의 추가 진단을 받도록 했다. 또 모든 강제입원은 1개월 이내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고 입원기간 연장 심사 간격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그러나 법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의료계에선 환자의 입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졌다고 울상이다. 시행규칙이 ‘환자가 해를 끼칠 위험성’이라는 사법적 판단을 요구하는 일까지 의사의 몫으로 규정하고 있어 결국은 의사가 사법적 판단의 부담까지 껴 안게 됐다는 거다. 김승준 건양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법 개정으로 이젠 판단과 책임을 모두 의사가 져야 한다. 의학적 판단은 의사가 하고 환자의 격리 필요성은 해외의 사법입원 제도처럼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사법부나 그에 준하는 별도의 독립기구가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지원 시스템 부재도 문제다. 대전은 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를 필두로 지역 기초건강증진복지센터가 중심이 돼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되는 예산이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정신질환자까지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기관 지원을 받지 못하면 가족들이 이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데 가족해체가 보편화된 현실에선 이마저도 어렵다. 결국 인권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정신질환자들의 발목을 붙잡으며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일반인이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근 일부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범죄가 잇따라 벌어지면서 ‘흉악범=정신질환자’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정신질환자 범죄가 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적대감, 피해의식 등 사회 구조의 모순에 기인함에도 이미 대중의 뇌리 깊숙이 정신질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편견을 깨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 스스로가 꾸준한 치료를 통해 사회에 적응하게 하려면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정신질환자와 관련한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유제춘 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도 있고 정신질환자들이 자꾸 병을 감추고 치료를 거부하다보니 병은 악화되고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사회 복귀 교육과 지속적인 치료와 상담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이들이 스스로 치료에 나설수 있게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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