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요즘 들어 대전 시정(市政)에 대한 시민들의 불평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무엇하나 제대로 추진되는 것도 없고, 성과 내는 것도 없다”라는 비판이다. 사업들마다 요란하게 소리만 냈을 뿐, 시민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뒷말만 무성하던 유성복합터미널 건설계획도 최근에 무산됐으니 더욱 그렇다.

지난 16일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공사 발주 후 장기간 진척 없이 끌어오던 유성복합터미널건설 사업이 시공 계약업체의 적극성 결여로 백지화됐다고 밝혔다. 2013년 말경 발주된 지 3년 넘게 끌어오던 사업이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컨소시엄 측이 정해진 기일까지 소정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동안 8차례나 촉구 공문을 보내고, 2차례 대책회의를 통해 소정의 절차 이행과 공사 추진을 촉구했으나 롯데 측에서 세부추진계획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성복합터미널 무산의 책임을 롯데컨소시엄 측에 돌렸지만 시민들의 시정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심지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까지도 같은 당 권선택 시장의 ‘밀실행정’, ‘불통행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전직 시의원 모 씨도 “터질 게 터졌다. 새 정부 주장대로 적폐청산 차원에서 시공업체 특혜 선정과정 의혹부터 파헤쳐야 한다”라고 가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건설사업은 시공업체 선정과정에서부터 석연찮은 뒷소리들이 따랐다. 계약규정상 시한을 위반한 업체가 시공권을 따내면서 차순위 경쟁업체와 법정 공방까지 벌어지기도 했었다. 또 시공권을 따내는데 성공한 롯데 측은 컨소시엄 구성업체들 간에서도 이해타산 내분이 끊이지 않았다. 이것이 무산의 근본 원인 이다. 감독책임기관인 대전시와 공사발주기관인 대전도시공사가 3년 넘게 계속된 시공계약사의 내부 사정을 몰랐다면 무능이다. 또 알고도 모른 체했다면 중대한 직무유기다.

대전시나 대전도시공사가 뒤늦게 공사 지연 책임을 시공업체에 뒤집어씌우며 계약을 해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안이한 대처로 3000억 원에 이르는 대형공사를 3년씩이나 지연시킨 무능한 갑질도 단죄돼야 한다. 이제 와서 시장의 형식적 사과만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시공업체 선정 당시부터 뿌리내리기 시작한 특정업체 밀어주기 특혜 의혹부터 수술돼야 한다. 피해는 우선 시민들 몫이고, 대전을 오가는 숱한 외지인들의 불편과도 직결된다.

대전 서북부가 충청권과 호남권을 잇는 교통중심지로 발전하길 기대했던 시민들의 실망은 크다. 당장 유성 관광지 도심의 교통 체증은 말할 것도 없고, 가뜩이나 밀리고 있는 대전 전체 발전에도 영향이 따른다. 대전 인구가 인접한 세종으로 빠지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건설사업은 유성구 구암동 119-5번지 일대 10만 2000여㎡ 부지에 약 3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9년까지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로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사만 발주해 놓고 장기간 미뤄지는 사이에 수용해야 될 토지 보상단가가 크게 뛰었고, 소요예산 추가 부담 요인도 그에 비례해 뛰었다. 누구들의 책임인가?

대전시와 시의회가 차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느 시의원은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날로 커지고 있다. 책임 있는 조치가 따르지 않는 한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