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대전과학기술대 광고홍보디자인과 교수/전 대전MBC보도국장/ 뉴스앵커

대전시가 ‘시내버스 하루 1만 명 더 태우기 운동’을 한단다. 18년 만에 시내버스 51대를 증차하는 것을 계기로 하루에 만 명을 더 태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발’이라는 대중교통 시내버스가 너무 일찍 끊긴다. 대전의 관문 중 한 곳인 용전동 고속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의 ITS (지능형교통시스템)의 도착정보에는 저녁 10시 반인데도 ‘운행종료’ 글자가 뒤덮여 있다. 서울에서 저녁 8시 40분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터미널에 도착하면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자정 넘어 출발하는 심야 고속버스와, 밤 9시 40분이 막차인 일반고속 버스 승객의 배려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서울에서 저녁 9시도 되기 전 출발하는 승객의 발을 묶어놓고 ‘하루 1만 명 더 태우기 운동’을 한다? 대전시 교통당국은 ‘운동’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두리두리데이 운동’ ‘정류장에서 3초 더 기다리기 운동’. ‘운수종사자 버스타기 운동’, 이것도 부족한가? 버스가 끊기는 그 시간 대전지하철은 계속 달리고 있다. 터미널에서 택시타고 대전역까지 와 지하철 타면 된다고? 버스가 다닌다면 지하철로 환승하면 돈도 절약되는데 시내버스는 주무신다.

서울에서 저녁 10시반 운행이 종료된다면 어떻게 될까? 시골은 버스가 일찍 끊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전은 시골인가? 대전시장님은 용전동이 아닌 용전읍 관할 군수님인가? 시골이 아닌 한양(?)의 시내버스 막차는 차고지에서 11시 14분, 늦은 지역은 밤 11시 40분이다. 세종시는 시민 편의를 위해 대전지하철 반석역 막차 시간이 밤 11시 51분을 감안, 반석역과 세종시 조치원읍을 운행하는 시내버스의 막차 운행시간도 밤 10시 55분에서 다음날 새벽 0시 20분으로 한 시간 25분이나 늦췄다. 대구시도 지하철 막차시간과 연계, 지하철 경유 시내버스 노선을 밤 11시 50분으로 늦췄다.

대전시는 올해 지난 2008년 이후 18년 만에 시내버스 51대를 증차, 다음 달 말까지 25개 노선에 증차 투입할 계획으로 이미 44대는 신규 운행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하루에 만 명을 더 태우겠다는 계획이다. 하루 만 명이 더 타면 주말 일요일 빼도 1년이면 240만 명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2014년 하루 평균 44만 명이던 이용객이 매년 3.15% 수준으로 감소, 작년에는 41만 4천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이번에 시내버스 증차로, 택시와 자가용 타는 시민들이 재빨리 버스로 옮겨 하루 만 명 이상이 늘어난다? 시내버스 이용을 외면하는 이유는 인구 감소 외에도 다양하겠지만, 근본적 이유는 배차 간격이 길어 요즘같이 더울 때 기다리기 더욱 짜증난다는 것이다. 대전시내버스는 평균 15.4분마다 한 대씩 정류장을 지나간다. 서울의 10.7분, 부산의 12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이번 증차 버스까지 포함해 13개 시내버스 회사에서 1천 대의 버스가 운행되지만 도시개발이 되면 신규노선에 투입되어 배차시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 결국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서민들도 막차가 일찍 끊겨 경제적 부담을 안고도 자가용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전의 교통수단 분담률 중 버스는 28%에 그치고 있다. 승용차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대전시 교통당국이 얼마나 답답하면 ’하루 1만 명 더 태우기운동‘을 전개할까? 1회성 운동보다는 교통부서 담당 공무원부터 타 부서 발령 때까지 버스 이용을 생활화, 권선택 시장의 ’소통과 배려의 문화‘를 뒷받침하면 어떨까? 대전시의 방침에 호응해 버스를 탔는데 불편하다면 다시는 누구에게나 권하지 않을 것이다. 버스 이용이 편리하다면 차를 사고 세금과 기름값, 보험료, 수리비 등 부담이 되는것을 알면서 왜 버스를 타지 않겠는가? 시내버스가 택시보다 느리다는 것은 모두 인지한다. 주행속도를 높여 통행시간을 단축하는것도 좋지만 막차 시간을 늦춰야 한다.

첫차 운행시간을 앞당기는 것도 당연하다. ‘아침형 인간’보다 ‘새벽형 인간’이 성공한다고 해서 새벽 5시 반 대전지하철 첫차를 타 보지만, 중심가 환승 시내버스는 그 시간 여전히 잠꾸러기 상태다. 대전시는 매년 5백억 원 가까운 적자를 내는 시내버스업체에 적자를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로 운영하고 있다. 야간 시내버스 이용객이 적은 상황에서 막차 시간을 늦추면 시민 세금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른 새벽 저소득층이나 밤 늦게까지 공부하거나 알바생 등 시민들은 버스가 보고 싶다. 이번 시내버스 증차를 계기로 터미널과 대전역, 중심가 등 주요 경유 노선이라도 먼저 시행하면 어떨지! 막차 시간을 늦춰도 승객이 없을 거라고? 홍보 후 운행하면 안 될까? 故 정주영 옛 현대그룹 회장은, 첫 조선소 건립 때, 중동에서 선박 주문을 받은 후 선박 인도 날짜가 촉박해 회사 간부들이 “안 된다!”고 말릴 때 “임자 한 번 해봤어?”라는 한마디로 오늘을 있게 했다. 이른 새벽, 늦은 밤에 나가도 버스를 탈 수 있는 ‘엑스포 개최도시 대전’, ‘트램 선도도시 대전’,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특별시‘로 웅비하기 위해서라도 시골(?)의 티를 벗어날 수 있도록 경청하면 어떨지…. ‘경청은 만사형통(萬事亨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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