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사람들의 공감·공유 전제돼야

경북 영주에 가면 옛 선비를 만날 수 있다. 선비랑 놀고 쉬고 즐기는 것은 물론 그들이 마음에 품었던 고결한 정신과 치열한 삶의 단면을 마주한다.

벌써 10년째 이어지는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 얘기다. 올해는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선비의 사랑’을 주제로 영주 순흥면 소수서원과 선비촌 일원에서 열렸다.

“축제를 통해 선비정신과 문화가 유교를 근간으로 하는 한국인 정신문화의 기본가치임을 알리고 오늘날 사라져가는 세계인들의 인성을 회복하는 핵심 사상임을 확인하고자 한다”는 게 주최 측이 부여한 선비문화축제 의미다.

이 축제는 나흘간 성년식, 혼례식, 과거·장원급제, 제례 등으로 선비의 삶을 체험하고 선비정신을 대중화하기 위한 인문학 콘서트, 소수서원 플래시몹, 학술 심포지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펼쳐졌다.

선비문화축제는 ‘2017 경북도 지정 축제평가’에서 최우수축제로 선정됐고, 화엄의 종찰 부석사와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을 보유한 영주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한국테마여행 10선’에 오르기도 했다.

영주는 경북 북부지역 10개 시군과 함께 지난 2000년부터 11년간 국비 등 1조 원 넘는 사업비가 투입돼 ‘유교문화권 관광개발계획’이 추진된 곳이다.

충청을 기반으로 한국유학의 큰 줄기를 이룬 기호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보존·활용하기 위한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계획’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물리적으로 소멸한 시대의 철 지난 사상쯤으로 치부되는 충청유교의 생명력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의 공감과 공유, 적극적인 소비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충청유교와 축제의 접목은 중요하다.

매년 충남 15개 시군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범위를 넓혀 유교 관련성으로 묶으면 예산군 ‘의좋은형제축제’, 서산시 ‘서산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 홍성군 ‘홍성역사인물축제’, 당진시 ‘기지줄다리기 민속축제’, 아산시 ‘장승제 및 대보름행사’, ‘성웅이순신축제’ 등이 꼽힌다.

도내 가장 큰 역사축제인 ‘백제문화제’ 기간 백제시기 유교문명 교류에 초점을 맞춘 특별행사를 기획한다면 백제문화제를 알리면서 지방정부 간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

또 중국 산둥성의 대표적인 유교 행사로 ‘중국곡부국제공자문화제’가 유명하다. 1989년 시작된 국제공자문화제는 공자가 태어난 음력 8월 27일 즈음 진행돼 온 탄신행사를 국제문화행사로 지평을 넓혔다.

공자와 유교문화를 선양하기 위한 행사, 국제학술행사, 예술교류, 비즈니스 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매년 국외인사초청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충남도에서 국제공자문화제가 열릴 때 지역 유림단체와 공조해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도 고려해 볼 문제다.

산둥성과 유교 축제를 중심으로 교류한다면 자연스레 두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확장되고 민간차원의 축제를 중심으로 관광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 간 구상할 수 있는 교류사업으로 가칭 ‘충청국제유교포럼’을 만들어 충청권 4개 광역시도가 지역 유교문화에 대한 공감과 정책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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