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체험방·낚시카페 '청춘 놀이터' 부상

▲ 28일 오전 대전 중구 은행동의 한 VR 체험관을 찾은 연인이 VR 게임을 즐기고 있다.

“탕탕탕! 좀비다 좀비! 죽어라 죽어! 아악~ 깜짝이야!”

때 이른 더위와 함께 미세먼지·오존주의보 발령이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현실(VR) 체험관 등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연인들의 데이트장소에 손님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다.

대학 종강 시즌과 맞물리면서 28일 오전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는 많은 연인들과 학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 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 곳은 다름 아닌 은행동의 한 가상현실 체험관이었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니 몸이 으슥할 정도로 체험관 내 공기가 에어컨 바람으로 가득찬 가운데 연인들의 게임 승리를 위한 열정으로 후끈한 열기도 느낄 수 있었다.

혁신적인 기술발전으로 다양한 콘텐츠에 가상현실 기술이 접목돼 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이 체험관은 많은 연인들이 찾고 있는 은행동의 대표적인 이색 데이트장소가 됐다.

VR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우(35) 씨는 “지난달 8일 가게를 오픈했다. 평일 약 80명, 주말에는 240명 정도 수준으로 꾸준히 손님들이 몰려 체험을 하려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슈팅, 좀비, 암벽을 타는 캐쥬얼존 등 3가지 구역으로 나눠져 연인들의 이색적인 데이트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체험 가격도 30분에 69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좀비존에서 열심히 좀비와 혈투(?)를 벌이고 있던 한 연인이 눈에 띄었다. VR 안경과 좀비를 해치울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한 채 연신 소리를 지르던 이민영(22·여) 씨는 “대전에는 카페나 영화관 외에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데이트장소를 찾기 힘들어 늘 고민이었다”며 “최근 VR 체험관이 생겼다고 해서 남자친구와 짜릿한 경험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웃음 지었다.

몇 달 전부터 붐이 일어날 정도로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방탈출카페도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방탈출카페 박진현 점장(28)은 무전기를 들고 친절하게 연인들에게 방을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박 씨는 “평일에는 10팀(30~40명), 주말에는 약 30팀(100명) 정도의 손님이 오고 있다”며 “한 달 전부터 갑작스럽게 손님이 몰려 일손이 부족해 최근 2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추가로 고용했다”고 말했다.

평소 야외에서 뜨거운 햇빛 아래 오랜 시간을 버티며 물고기를 잡아야 했던 야외 낚시와 달리 실내에서 차도 마시고 낚시도 즐길 수 있는 낚시카페도 이날 손님들로 가득 찼다.

낚시에 성공한 연인에게 상품을 나눠주고 있던 낚시카페 사장 이 씨는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낚시 카페가 등장하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돼 인기가 시들만도 한데 오존주의보와 미세먼지주의보가 수시로 발령되면서 야외에서 낚시를 즐기던 사람들도 낚시카페로 몰리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낚시카페 옆 인근의 만화카페도 일찍부터 찾아온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연인에게 팥빙수를 가져다주고 있던 아르바이트생 김연지(24·여) 씨는 “우리 가게의 경우 젊은 연인층이 주로 방문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찾아와 차를 마시며 만화책을 읽곤 한다”며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옛 추억을 되살리려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