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경영평가 결과보고’라는 이름으로 산하 14개 공공기관의 운영상태를 평가해 발표했다. 매년 발표되는 이 평가에 기관들은 롤러코스트를 탄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도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산하기관은 도가 시행하는 평가에 무한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관장들이 임명직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평가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토록 부담이 큰 평가가 매년 반복되니 14개 기관들은 평가 자료를 제출하기 1~2개월 전부터 초비상 사태에 돌입한다. 실상 모든 업무를 뒷전으로 한 채 평가 자료를 만드는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다. 이런 현상은 매년 되풀이 된다.

혈세라고 표현되는 세금을 지원받아 각기 기관 운영 목표에 맞춰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지자체가 파악하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반드시 평가 결과를 계량화, 서열화 해서 발표하는 것이 잘 하는 일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산하기관을 1위부터 14위까지 발표하는 이 평가 때문에 해당기관은 많게는 2개월 동안 본연의 업무까지 후순위로 미룬 채 평가 자료를 만드는데 전력한다. 엄청난 행정력의 낭비이다. 충남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평가를 통해 서열을 매기고 발표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병적으로 좋아하는 일이다. 굳이 서열화를 하지 않더라도 평가를 할 수 있을 텐데 평가결과는 반드시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발표를 앞둔 시점에 각 기관들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각 기관들은 얼마나 행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했는가에 염두를 두지 않고 언제나 순위의 등락에만 관심을 갖는다.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당장 내년 평가에 대한 부담을 갖기 시작한다. 지역민에 대한 서비스가 우선인지, 평가가 우선인지 모를 지경이다.

14개 기관은 각기 전혀 다른 업무 성격을 갖는다. 연구기관도 있고, 경제관련 지원기관도 있고, 스포츠 관련 서비스 기관도 있다. 하지만 평가는 획일적으로 이루어진다. 이토록 성격이 다른 집단을 어떻게 단일 기준을 가지고 평가할지 의문이 생긴다.

지자체 입장에서 산하기관을 제대로 통제해 업무에 충실을 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계량화, 서열화 시키는 평가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시도를 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현재의 방식은 업무 효율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지나치게 많다.

충남도뿐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비슷한 방법으로 산하 기관들을 평가하고 있다. 상당히 전 근대적 평가방식이지만 각 지자체들은 개선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충남이 전국 최초로 제도를 개선해 선도적 행정을 펼칠 의향은 없는지 묻고 싶다.

<김도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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