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기술혁신·품질개선…국내 딛고 세계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녹록지 않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여기 한길에서 우뚝 서기 위해 일로 정진해 온 이가 있다. ‘밸브’라는 영역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끔 갈고닦은 임환정(49) 밸텍㈜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성공을 위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파란만장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힘들었던 그 시절

임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기계제도를, 대학 때는 기계공학을 배웠다. 개발과 설계를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설계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설계자라는 직업은 참 어렵고 고생길이 열린 일이지만 당시에는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쪽에 입문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설계 엔지니어의 길을 걷게 된 그는 1990년 첫 직장에 들어갔다. 발전소와 송·변전 설비 등의 정비를 수행하던 그 곳에서 그는 영광 4호기, 월성 2호기 건설에 참여했다.

“좋은 기억이지만 혈기가 왕성했던 시절 저는 현장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를 좋게 봐주신 윗분들은 바깥일보단 사무실에서 설계 일을 계속 할것을 권유했죠. 내가 여기 아니면 먹고 살 때가 없을까 하고 현장 일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때가 서른네 살이었습니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더 좋은 조건으로 감리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때가 1997년이고 누구나 아는, 그 해에는 이 땅 많은 이들을 우울하게 만든 IMF 사태가 터졌다.

“1997년 11월에 외환위기가 터졌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감원 열풍이 불었습니다. 결국 그 피바람에 저도 휩쓸렸죠. 덕분에 반 년 정도를 백수로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로 10년 동안 뜻하지 않게 많은 회사를 전전하게 됐다. 자의가 아닌 타의, 시대가 빚어낸 희생양 중 하나였던 셈이다.

“10년 동안 열 몇 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면 내쫓기고 다른 회사를 찾는 그런 패턴의 반복이었어요. 내 발로 회사를 나온 적은 한 손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런 시절을 보내다가 다시 돌아오게 됐죠. 밸브로.”

밸브와 관련된 일을 다시 하게 된 임 대표는 ‘물 만난 듯’ 신나게 일을 하던 시절이었고 일에 몰두한 만큼 결과도 얻었다. 특허를 3개나 보유할 정도였다.

“특허를 갖고 회사에 들어가니 회사 측에서 일단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서류 없이 일단 만들어보자는 뜻은 나중에 생산을 해도 좋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 생각했습니다. 결국 그 회사와 결별하게 됐죠.”

2013년 임 대표는 자신의 회사, 즉 지금의 밸텍을 만들었다. 기술이 있었고 경험도 있었으니 어려운 길이 아닐 것이라고 믿었던 그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발전소에 기자재를 공급할 요량으로 신기술(NET) 인증에 매달렸지만 6번 고배를 마셨습니다. 분하고 억울한 일이었습니다.”

기술로는 인정을 받았지만 작은 회사였기에 인증이 어려웠던 그는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 아쉬움 가득한 지금

2년 전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임 대표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한다. 그간의 노력이 곧 탐스러운 열매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마치 하루 중 가장 어두운 때가 해가 뜨기 바로 직전인 것처럼.

“집이 대전 안에 있지만 시간을 아끼기 위해 회사에서 먹고 자고 한 지가 벌써 4년 반입니다. 집에 있는 식구와 자식들에게 미안함이 가득해 성공해서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지낸 시간입니다. 그래도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엔 일이 없기 때문에 자금 압박을 거세게 받는 그는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기업들과 공동으로 일을 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 봤다.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정말 많은 기업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이조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중소기업들은 정말 빈털터리였고 자금의 여유가 있는 곳은 욕심이 너무나도 컸습니다. 결국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눈팔지 말자가 결론이었죠.”

부정적인 현실을 오히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선 결연한 의지가 묻어나온다.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 서 있지만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까닭이다.

◆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다

잠자는 시간, 먹는 시간, 출퇴근 시간을 아껴가며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그는 잠시잠깐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원가는 낮고 품질은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사람의 심리는 모두 똑같다고 봅니다. 싸고 좋은 제품을 쓰고 싶은 바로 그 점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술 개발을 위해 ‘맨땅에 헤딩’은 하지 않는다. 먼저 나온 제품의 좋은 점은 따라가고 나쁜 점은 배제해가며 그만의 밸브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술력으로는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임 대표의 자부심이다.

“제조업은 결국 기술력의 싸움입니다. 기술이 앞선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거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노력하는 자에겐 복이 온다는 말처럼 쉼 없이 노력하는 그의 불굴의 길에 빛이 들기를 기대해 본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밸텍㈜(valtech.kr)은

2013년 4월 설립돼 통합(증기·오일·가스) 초정밀 제어밸브 개발에 성공한 제어밸브 전문회사다. 2015년 CE인증을 획득했고 비료공장 아황산가스 99%를 사용하는 고압가스 제어밸브는 국내기업을 대표하고 세계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자리 잡아 해외 선진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Petronas)에 밴더 등록과 동시에 TNB 국영발전소에 밴더 등록을 진행 중이며 수출 극대화를 위한 영업활동으로 베트남 국영비료공장과 국영석유화학에도 밴더 등록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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