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소설가 현기영 님이 쓴 장편소설이다. 여기에 ‘숟가락은 곧 밥이지요. 밥은 곧 삶이고요’라고 말이 나온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늘 함께하고 있다. 숟가락은 모양새가 긴 손잡이 둥근 주걱 형태이고 젓가락은 가늘고 길게 평행선을 이루고 있는데 왜 똑같이 우리게 중요한 이 물건에서 숟가락은 ‘ㄷ’을, 젓가락은 받침에 ‘ㅅ’을 쓸까? 모양새나 용도, 발음까지 비슷한 이 물건들이 왜 받침을 달리 사용하는지 늘 궁금했다.

‘숟가락’은 ‘밥 한 술’의 ‘술(밥 따위의 음식물을 숟가락으로 떠 그 분량을 세는 단위)’에 ‘가락’이 붙은 말이다. ‘술’의 ‘ㄹ’이 가락과 붙으면서 ‘ㄷ’으로 변했다. ‘술+-ㅅ+가락’(숟가락)의 형태이다. ‘이틀→이튿날’, ‘사흘→사흗날’, ‘삼질→삼짇날’, ‘풀→푿소’, ‘설→섣달’ 등이 같은 예다. 반면 ‘젓가락’은 한자로 ‘저(箸)’를 쓰기도 한다. 이 말에 ‘가락’이 붙으면서 말을 연결할 때 사이시옷이 들어갔다. 빗자루, 찻잔 등과 같은 경우다.

얼마 전 어느 한글연구자를 만나 식사하는데 이 분이 웃으며 말한다. “김 작가님, 숟가락은 움푹 파인 모습이 ‘ㄷ’처럼 보이니 받침을 ‘ㄷ’으로 쓰고 젓가락은 반찬을 집거나 벌릴 때 모양이 ‘ㅅ’처럼 보여 ‘ㅅ’을 사용한답니다.”

사람이 죽으면 숟가락을 놓았다고 한다. 그만큼 숟가락은 우리의 중요한 생명이자 삶 자체이며 전부다.

한자의 뜻을 알아야 우리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재원(才媛)이라는 단어는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를 말하는데 남성에게 이 단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 여기에서 ‘재원’의 ‘원’은 ‘미인 원(媛)’을 사용하는데 대부분 한자의 ‘인원 원(員)’ 연상해 언어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 신문의 부음기사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향년’(享年)이라는 단어는 한평생 살아온 나이로 죽은 사람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살아 있는 사람을 지칭하면서 그의 나이를 말할 때 향년을 쓰면 안 된다. “한국의 중소기업 발전에 공헌을 해온 태양기업 이 아무개 회장이 향년 90세로 타계했다”는 말은 맞지만 “비구상 화가로 유명한 최 아무개 화백이 향년 80세의 나이로 30대의 여제자와 약혼식을 올려 장안에 화제다”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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