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의약품은 효능과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진 그 품질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 농산물과 식품은 오감을 통해 그 맛과 품질이 바로 확인되는 반면 의약품은 정해진 용법용량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한 다음에야 그 효능·효과가 나타나 품질에 대한 신뢰감이 생긴다.

어느 어르신의 어처구니가 없는 의약품 사용 이야기를 들었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어르신은 매달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사가 조제해 준 약을 봉투에 기재된 용법용량에 따라 정제, 캡슐제 등 알약을 지시대로 잘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르신에게 숨이 차오르는 증상이 나타나 호흡기관에 적용하는 전문의약품인 흡입제가 처방됐고 의사로부터 이 흡입제의 사용법을, 또 약사에게 사용법을 안내받았다고 한다. ‘하루에 한 번 30초간만 흡입한다’는 설명을 자세히 안내 받았지만 어르신은 아무리 흡입해도 약의 느낌이 없어 그만 여러 번 흡입했고 한 달분 약을 일주일도 되기 전에 다 사용했다는 것이다.

어르신은 ‘하루에 한 번 30초간만 흡입한다’는 용법용량을 반복된 설명을 듣고도 왜 이렇게 오용을 하게 된 걸까? 대부분 의약품은 정제, 캡슐제, 주사제, 연고제 등 약의 형태를 눈으로 볼 수 있어 약의 용법용량을 환자가 쉽게 잘 지킬 수 있다. 그런데 흡입제는 주 성분을 적당한 부형제에 녹이거나 분산시켜 증기상, 미세입자상 또는 에어로솔상으로 호흡기에 적용되므로 거의 느낌이 없이 투약된다. 이러한 제제는 흡입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남은 흡입횟수가 용기에 표시되거나 포장, 설명서에 그림과 함께 사용법이 자세히 기재돼 오용을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제약회사가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의약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적합한 제형을 개발하고 생산에서 소비까지 품질이 보증된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GMP 시설과 품질경영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의약품이 용도에 맞고 품목허가 사항에 부합해 환자에게 안전성, 품질 또는 유효성으로 인한 위해가 없도록 제조된다는 것을 경영진이 보장하고 약사법령에서 정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에 따라 서류평가 및 제조소 실태조사를 통해 GMP 적합판정을 받아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러한 GMP에 적합한 공장에서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제조된 의약품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단계에서의 의약품 안전사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선 ‘어르신 건강지킴이 복약수첩’을 제작해 온라인의약도서관에서 어르신들이 약을 제대로 알고 드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약의 올바른 복용방법은 약 봉투에 있는 지시사항을 잘 읽어보고 시간을 잘 지켜서 알약은 물과 함께 전체를 삼켜 복용하는 것이다. 또 어르신의 약물사용 특징은 많은 가지 수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르신, 안전한 약 사용을 위한 3단계에 따라 의사, 약사에게 복용 중인 약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궁금증은 즉시 물어보세요. 그리고 꼭 다시 확인하세요.”

약은 입으로 먹는 내복약과 피부에 바르거나 붙이는 외용약, 혈관으로 약물이 들어가게 하는 주사약 등이 있다. 형태에 따라 사용법이 다르므로 약을 받을 때 정확한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장용피정은 약이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 녹도록 정제표면을 특수 처리한 것으로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한다. 점안제는 사용전 손을 반드시 씻고 눈을 위로 향하게 아래 눈꺼풀을 가볍게 밑으로 당긴 후 점안하고 이후 눈가를 1분간 누른다. 흡입제는 반드시 용기의 사용법을 전문가에게 배워서 사용한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에 적합한 GMP 공장에서 엄격하게 제조된 의약품이 용법용량에 따라 바르게 사용됨으로써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이 100세까지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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