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송강호, '밀정' 이정출 생각나게 만드는 강렬한 연기
  • 송영두 기자
  • 승인 2017.07.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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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송강호, '밀정' 이정출 생각나게 만드는 강렬한 연기

한국의 상업영화가 1980년 5월 광주의 '그날'을 마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꽃잎'(1996), '박하사탕'(1999) 등에서 에둘러 아픔을 표현했고, 2007년 여름에 나온 '화려한 휴가'에서 비로소 그날의 고통과 참상을 정면으로 꺼내 들었다. 그리고 2012년 영화 '26년'에서 5·18 광주 비극의 주범을 단죄하기에 이른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택시운전사'는 이방인의 시선에서 1980년 5월의 광주를 그린다.

택시의 '백미러'와 외신기자의 카메라 뷰파인더에 투영된 광주의 참상은 기존 영화나 다큐멘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 이슈나 이데올로기에 갇혀있지 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인류애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37년이 지난 지금에도 큰 울림과 감동을 주는 이유다.

주인공인 서울의 택시기사 만섭(송강호 분)은 평범한 소시민이다. 당시 유행하던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고, 시위 현장에 쫓아다니는 대학생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요즘 말로 '꼰대'다.

아내를 여읜 뒤 어린 딸과 함께 사는 그는 월세가 넉 달 치나 밀려 집주인에게 갖은 타박을 당한다.

밀린 월세로 고민하던 만섭은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영화는 관객들을 만섭의 시선 속으로 이끈다. 광주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던 만섭은 택시가 고장 나 광주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면서 학살 현장을 목격하고, 자신도 계엄군에 붙들려 고초를 당한다.

딸 때문에 피터를 광주에 남겨두고 서울로 가던 그가 운전대를 다시 광주로 돌린 것은 대의명분이나 정치적 신념 때문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은 도리 때문이다. 돈 때문에 광주에 왔던 만섭은 계엄군의 총격이 쏟아지는 금남로에 택시를 몰고 가 시민을 구하는 소영웅으로 거듭난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인간적이다. 광주 택시기사 황태술(유해진)은 그 와중에도 만섭과 피터를 위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한 상을 차려낸다.

광주 대학생 재식(류준열)은 노래로 한껏 흥을 돋운다. 이들은 계엄군이 총을 쏘자 "모르겄어라. 우덜도 우덜한테 와 그라는지…"라고 말할 정도로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독일 기자 피터 역시 위험을 무릅쓴 취재에도 "사건이 있는 곳에 갈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한다.

우리의 가족, 이웃과 같은 평범한 이들이 군인들의 총에 쓰러지고, 학살당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5·18의 비극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색채 대비다. 만섭이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가는 고속도로의 양옆은 녹음이 우거지고, 온통 녹색이다. 만섭의 녹색 택시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평화롭고 아름답다.

반면, 광주로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루가스로 뒤덮여 스크린은 뿌옇게 변하고, 화재로 인해 붉은빛이 감돈다.

송강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혼돈의 광주를 뒤로 한 채 딸에게 예쁜 구두를 사 들고 서울로 가던 그가 혜은이의 노래 '제3한강교'를 부르며 눈물을 흘릴 듯 말듯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는 장면이 압권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밀정'에서 일본 경찰과 조선인이라는 정체성 사이에 번뇌하던 이정출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피아노' 등에 출연했던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실존인물인 위르겐 힌츠페터를 연기해 감동을 준다.

이 영화는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이 담긴 신문 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독일 공영방송 ARD-NDR TV의 영상담당 특파원이었던 그는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는 1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1980년 5월을 구현하기위해 광주의 한 공터에 100% 똑같은 크기로 80년대 5월의 금남로를 재현했다. '고지전','의형제' 등을 연출한 장훈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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