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인의 개 문화
중세의 그림들을 보면 개가 자주 등장한다. 그것이 궁금해 독일에 있을 때 몇 권의 자료도 모았는데, 그중에는 중세 여성들의 개와 연관된 사냥에 관한 논문도 발견했기에 구입했다. 오늘은 중세 사냥에 관한 간단한 몇 가지만 보기로 하자.
책 이름도 재미있다. ‘인간과 개에 관해서’다. 책 내용 중에는 ‘Eine Kulturgeschichte des Hundes’도 있다. 해석하면 바로 ‘개의 문화사’다. 문화사로 존재할 만도 하다. 개와 인간이 얼마나 많은 세월을 공존했고 지금도 역시 공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개와 인간관계도 있지만 중세의 사냥개 영역에만 국한하기로 하자.
500년경에는 개는 사냥놀이에 동원되기보다는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서서 먹잇감을 구하는 데 주력을 했다. 740년경에는 개를 죽이면 6헬러(오늘의 유로처럼의 당시 돈 단위다)의 벌금을 물었다고! 789년에는 벌금이 더 올랐다. 자그마치 40~60헬러의 벌금형을 물었다 한다. 개 한 마리 죽이고 벌금까지 물었다니! 개가 귀했을까? 아니면 동물사랑 차원이었을까? 여기에 대한 해석이 없으니 좀 아쉽다.
어쨌든 개는 이렇게 중세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들은 사냥에도 투입했다. 당시는 어찌나 많은 이들이 사냥놀이에 빠졌던지 교회 측에서는 불안해하기까지도 했단다. 나중엔 사제들까지 이런 사냥놀이에 빠져 들어가니 걱정을 많이 하였다고 하는데 오늘날 비판받고 있는 사제들의 골프와 유사할까? 글이 또 샌다. 어디서 읽은 적이 있다. 한국의 어느 사제가 내일 골프 치러 가면 골프가방을 미리 전날 밤에 차에 넣어둔다고! 다 신자들을 의식해서인데. 그럼 그도 스스로 사제들에겐 이런 놀이가 사치라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는가 보다!
아무튼 당시 중세는 그런 이유로 사제들에게 법적으로 개 소유를 금지시키던 시대도 있었다고 한다. 칼 대제(768~814)의 경우다. 그는 개를 데리고 미사 참여를 하였는데 어느 날부터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걸 보면, 칼 대제도 개 사랑이 유난했나 보다. 하지만 그의 포기는 완전한 포기는 아니었다. 개를 성당 안으로만 안 데리고 들어갔을 뿐 성당 안에서 미사 중에도 문을 통해서 개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 두고 자주 쳐다보곤 하였단다. 그의 딸이 일기를 남겼는데 그 일기에 의하면 부인도 참 많이 두었던데 개까지! 참 에너지가 넘치는 왕이었나 보다.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