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우리나라는 과거 60여 년간 정치경제적으로 압축성장을 이룩했다.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불공정과 부패가 만연했고 상호불신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분출되고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으며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도 여전히 높다. 이러한 갈등과 불신, 부패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 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법질서 준수, 신뢰 등의 사회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자본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불과하다. 사회자본지수란 신뢰와 참여, 그리고 배려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동체의 협력을 촉진시켜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지수화한 개념이다. 사회자본지수가 낮은 이유는 국민이 국가사회시스템에 대한 공적 신뢰가 낮고 타인에 대한 사적 배려가 부족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쓰레기무단투기, 음주소란 등 기초질서위반사범이 연간 수만 건에 달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공공질서와 공중도덕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다. 기초질서를 잘 지키는 국민의 매너와 교양이 바로 그 나라의 수준을 짐작하게 해준다.

우리 주변에서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층간소음으로 아래층이 고통을 당해도 내 집에서 내가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오히려 당당하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리기도 전에 밀고 들어오는 승객, 차안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밖으로 내던지는 몰지각한 운전자, 아무 데서나 침을 뱉는 행인, 길거리에 마구 버리는 담배꽁초나 은밀한 곳에 버려져 있는 각종 쓰레기들, 공공장소나 차내에서 큰소리로 전화 통화하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남의 불편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행동들이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다.

이러한 사회질서위반 행위는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심과 무책임성이 빚어낸 결과다. 우리 모두는 한 번쯤 마땅히 지켜야 할 기초질서를 소홀히 한 적은 없는지, 타인에게 위화감이나 불쾌감을 주는 행동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식과 규범이 지켜지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우리가 모두 편안해지는 필수덕목이다. 한국인은 말로 표현하는 것에 인색하다. 실례를 했을 때 쑥스러워서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못한다. 기초질서를 지킨다는 것은 상식과 규범이 통하는 선진사회로 진입하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길목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여유로운 마음과 바른 몸가짐, 겸손한 자세야말로 자신의 평판을 높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국민이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을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의제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자본지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기주장을 민주적으로 관철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학교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가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향상을 위해 법질서의 확립, 사회전반에 걸친 부패 방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쌓여왔던 구조적 문제점을 바로잡아 국민신뢰를 향상시켜야 한다. ‘기본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바로 ‘정직’, ‘배려’, ‘준법’이라는 기본 소양을 갖추는 것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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