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종근당 회장 등 '갑질논란' 오너리스크에 억울한 소액주주

 

 '갑질' 논란 끝에 사임한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065150] 회장, 막말 논란을 빚은 이장한 종근당[185750] 회장,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어 회장직에서 물러난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올해도 대주주 관련 사건이나 사주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오너 리스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런 '못 말리는 회장님'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상장사의 경우 주가 하락으로 애먼 소액주주들까지 피해를 보는 일이 적지 않다.

 

◇ '오너 리스크', 주가에 직격탄

실제로 종근당[185750]과 종근당바이오[063160], 지주회사인 종근당홀딩스[001630] 등 '종근당' 3개사의 주가는 이장한 회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지난 14일 주식시장에서 동반 하락했다.

종근당은 전 거래일보다 3.36% 떨어진 11만5천원에 장을 마쳤고 종근당홀딩스(-2.58%)와 종근당바이오(-2.28%)도 떨어졌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자신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들에게 상습 폭언을 일삼은 사실이 알려진 영향이 컸다.

언론사를 통해 공개된 약 6분간의 녹취록에는 이 회장이 운전기사를 향해 "XXX 더럽게 나쁘네" "도움이 안 되는 XX. 요즘 젊은 XX들 빠릿빠릿한데 왜 우리 회사 오는 XX들은 다 이런지 몰라" 등 막말을 쏟아낸 사실이 들어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저의 행동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께 용서를 구한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는 죄 없는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갔다.

물론 주가가 금방 원상회복한다면 피해를 만회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당장 MP그룹만 해도 작년 4월 정우현 당시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기 전 주가는 4천365원이었지만 이달 14일 현재는 1천265원으로 71.02%나 하락했다.

반복된 오너 리스크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 전 회장은 경비원 폭행 사건 때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되는 선에서 큰 탈 없이 넘어갔지만 최근 불거진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사건으로 구속까지 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가맹점에 피자 재료인 치즈를 공급하면서 동생 등 친인척이 운영하는 중간 업체를 반드시 거치게 해 50억원대의 '치즈 통행세'를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이에 따라 MP그룹의 주가는 최근 급락했다. 정 회장의 갑질 논란이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4월 초 1천810원이던 주가는 두 달여 만에 30%나 내렸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까지 일어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은 필연적이 결과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죄 없는 가맹점주들처럼 소액주주들도 억울한 피해를 보게 됐다.

◇ 기업 실적에도 충격…'형제 분쟁' 롯데 2년간 여파

오너 리스크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한두 번이 아니다.

대한항공[003490]은 2014년 12월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당시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으로 한동안 주가가 출렁거렸다.

또 롯데그룹은 형제인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다툼이 2015년 7월 불거진 뒤 불투명한 지배구조,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 온갖 악재가 터졌고 2년이 지난 현재도 오너 리스크 충격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진하던 호텔롯데의 상장은 무산됐다.

경영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부터)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서미경 신격호 회장 셋째 부인 등이 지난 3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3.20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오너 리스크가 최근 롯데그룹 영업 실적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경우 영업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최근 영업 부진은 경영권 분쟁과 검찰 조사 등이 맞물리며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과 소비자의 외면에 의한 손실은 더 커 보인다.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의 경우 최호식 전 회장의 성추행 사건이 보도되고서 열흘간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40%나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 '제왕적인 사주' 인식과 제도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오너 리스크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창업주 때부터 쌓아온 구시대적인 관행,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 문화 등을 들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사회 전반의 의식은 높아졌는데 사주들은 과거 제왕적인 인식에 머물러 '갑질 논란'이 자주 불거진다는 지적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도 1900년대 중반까지 오너 갑질이 적지 않았지만, 사회 틀과 인식이 바뀌면서 줄었다"며 "우리는 일반인 인식은 높아졌는데 사주들은 과거에 머물러 갑질 사건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 구조적인 원인을 좀 더 강조하는 분석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미국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경영진들이 아무래도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며 "또 오너들이 사고를 쳐도 경영에서 떨어져 있어 기업 실적이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세운 실장은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오너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소액주주 피해에 집단소송제를 통한 손해배상 같은 대응책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위평량 연구위원은 "작년 12월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시행되면 사주의 전횡을 견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유럽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처럼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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