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명품도시 행복도시건설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역사적 가치입니다.”

지난 12일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청장이 소명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장장 5년 7개월이다.

이 전 청장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치”라는 말로 자부심을 대신했다.

행복도시 착공 10년. 그가 부임 당시 행복도시건설은 그저 그런 신도시 건설에 불과했다. 정주여건도 만만치 않았다. 일찍 합류했던 직원들과의 고달픔, 힘겨운 날들이 많았을 것이다.

박태준 전 국무총리가 영일만에 세웠던 포항제철소. 허허벌판에 짧은 기간 철강대국을 이룩하기까지의 산고(産苦)와 같은, 행복도시 건설과정의 산고도 그리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행복도시 착공 10년 동안 7명의 수장들이 거쳤다. 이들은 길어야 고작 24개월. 이 전 청장의 67개월 상징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그의 존재는 무게감이 있다.

그가 재임 당시 이춘희 세종시장과의 ‘한 지붕 두 가족’은 바람 잘 날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견과 견제, 충돌까지 크고 작은 행정업무를 놓고 많은 갈등을 빚었다.

행복도시(세종 신도심)는 행복청 권한, 세종시(구도심) 는 세종시장 권한으로 이원화된 행정업무는 ‘협력’관계에서 ‘주도권’싸움으로 비춰질 때가 다반사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10월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세종시) 의원이 세종시특별 일부 개정안이다.

현행 건설청장의 권한인 도시계획, 건축 및 주택관련 사무 등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14개 업무를 세종시로 이관, 주민편의와 행정 효율성을 개선해야 된다는 특별법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정창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뛰었다. 시기상조라는 반박으로 선을 긋고 반대했다. 여론은 찬반으로 나뉘어 술렁였다.

“내 놓으라”는 세종시와 “아직은 무리”라는 건설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주도권 싸움은 현재 진행 중이다. 게다가 이 전 청장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설까지 나돌면서 미묘한 견제 분위기가 지속돼 왔다.

이 같은 양 기관의 관계에서 지난 13일 제9대 이원재 청장이 취임했다. 이 청장은 이날 취임사에 서 행복도시가 앞으로 나아갈 5대 방향을 제시했다.

신임 이 청장은 ‘실질적인 행정수도 완성’을 일성으로 내놨다. 이 일성은 이춘희 시장이 추진하는 행정과 맥을 같이 한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도 이를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3박자가 일치해 탄력이 예상된다. 나머지 주요 방향역시 세종시와 일맥상통한다. ‘협력’과 ‘소통’으로 양 기관 친밀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행복청이 쥐고 있는 사무이관이다. 이해찬 의원과 이춘희 시장은 최근 지방자치 사무이관과 관련해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정가와 여론 일각에서는 “무게가 쏠리고 있다”는 분위기다.

반면 신임 이 청장은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협력과 소통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최근 이 시장과의 회동에서 이 청장은 주로 ‘청취’했고, 사무이관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실질적인 행정수도의 큰 틀에서 양 기관과 이해찬 의원의 중심역할, 문재인 대통령의 세종시 공약 등이 꽃피울 채비를 하고 있다.

떠난 자는 훌훌 털고 나갔다. 그러나 건설청이 안고 있는 숙제를 남겼다. 신임 이 청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정도시 건설의 후반기에 들어서 ‘솔로몬의 지혜’ ‘신의 한수’가 필요한 중차대한 시점이다.

/서중권 기자 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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