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조선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의 스승이신 표암(豹庵) 강세황 선생님의 연꽃을 그린 그림의 제목 ‘향원익청’이 있다. 이는 송나라시대의 중국의 성리학의 기초를 닦은 이로 평가되는 주돈이(周敦頤)가 연꽃을 빗대어 군자의 덕을 이야기한 애련설(愛蓮說)에 ‘향원익청(香遠益淸) 정정정식(亭亭淨植)’에서 따온 것이다. 뜻은 “연꽃은 비록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잔잔한 물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은 모습으로 있지만 향기는 멀리 퍼질수록 맑음을 더 한다” 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들은 부끄러움과 참담함으로 1년을 보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름하기 이전에 ‘국가의 격’이 있었는가를 묻고 싶었다. 외국 사람들의 눈으로 한국은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며 그들의 조소와 비웃음이 들리는 것 같은 부끄러움이 있다. 그 와중에서 더욱 한심한 것은 그런 사건들이 일어난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본질과는 관계도 없는 일상의 일들을 침소봉대하여 대단한 정보를 제보하는 것처럼 수다를 떨었던 여론 몰이꾼들이었다. 마치 작가 윤홍길의 대표작인 ‘완장’의 주인공 임종술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꽤 권위 있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많은 사람들은 경박함에 분노하고 있었다. 나는 그 경박한 모습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낀다. 권위는 횡설수설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내면에 있는 도덕적 본질에 충실한 말들이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감동으로 함께할 때, 그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 일들을 겪으면서 일본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그들은 국가적으로 수치스럽거나 어려운 일들을 모두 드러내어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물론 정치는 투명하고 정직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의 격(格)’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디까지 알릴 것인가 하는 것은 냉정히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국격(國格)이 떨어짐으로써 우리가 감당해야할 문화적, 경제적 손실을 생각해보자. 어떤 것이 애국하는 길인가하는 갈등을 만나게 된다. 내가 동유럽을 여행할 때, 체코 프라하 공항의 입국장에서 안내판에 한글로 아주 크게 “프라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여 진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거기에는 일본어도 중국어도 없었다. 그 이유는 한국의 대그룹이 프라하 공항의 주식을 꽤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 조국이 세계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하찮은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국가로 전락해서 아프리카에 있는 오지국가 취급을 받아야 하겠는가 하는 슬픈 생각이 든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의욕적인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총리, 장관 임명을 위한 청문회에서 나오는 일들과 말들을 보면 우리의 앞날이 평탄치 않을 것 같은 생각이 기우가 되기를 바란다. 청문회에서 항상 등장하는 ‘위장전입, 부동산 취득에 대한 탈세, 전직 대우에 과도한 급여, 논문표절, 음주단속 처벌, 부정취업’ 등 부도덕성의 백화점을 보는 아주 씁쓸한 모습이다. 더한 것은 “음주운전, 표절 등 그 사람 과거 전력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청문회장에서 잘못을 어떻게든 감추고, 때론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는 그들의 태도에서 그 사람 인성이 읽힌다. 한 평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인다. 일반인이 청문회 몇 시간만 지켜봐도 느끼는 그 사람의 바닥을 대통령은 왜 못 보는가?”라고 고위 관료출신 인사가 말했다고 한다. 이는 상당히 심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또 대통령 지지여론이 높다고 해서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국회 청문회에서 반대해도 국민의 이름으로 임명하겠다고 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은 국가 운영의 기본방향에 전반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다. 문제 있는 사람들을 총리, 장관에 임명하는 것에 지지를 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세월이 지날수록 맑음을 더하는 사람, 소박하지만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향원익청의 뜻을 음미해보고 실행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그런 시대가 온다면 우리도 3만 불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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